(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연기금이 지난주 후반을 기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기금이 증시 구원투수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9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지속하면서 최근 급락장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했다.

연기금은 그러나 지난달 26일 순매수로 돌아선 후 전일까지 4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유지했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천35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2천억 원 넘게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작년 9월 7일(2천208억 원)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연기금이 증시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식시장 불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는 6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코스피지수는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충돌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데 따른 뉴욕증시 상승 영향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가 2,000선을 터치한 만큼 연기금이 매수에 나설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본다"며 "주가가 하락할 때 매수에 나서는 역추세 추종 전략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매매 기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증시 전망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연기금들이 최근 급락장 또는 그 이전에 국내 주식에 대한 비중 축소 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망과 연기금의 자금집행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연기금이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기금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볼 때 경제와 기업실적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증시가 단기 급락한 만큼 부분적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올해 8월 말 현재 18.9%인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내년에 18.0%로 축소하기로 한 점도 변수"라면서 "금융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에 대한 스탠스가 보수적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전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추락하는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에서 장기 목표에 따라 국내 주식을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원칙 중 공공성이 있고, 국내 시장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운용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며 "공공성 원칙에 의해 장기계획을 가지고 국내 투자를 줄이고 있는데,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마찰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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