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2008년 8월 한은의 금리 결정이 재주목받고 있다.

당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선, 바로 다음 달 금리를 올렸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통상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 경기 안 좋지만, 물가는 올랐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0% 상승해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 수준에 달했다.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췄지만, 물가는 탄탄한 흐름을 보였다.

2008년 7월처럼 당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바로 다음 달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은은 2008년 7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0.1%포인트 하향하고, 다음 달 기준금리를 5.25bp로 25bp 올렸다.

경기 둔화 우려가 있었지만, 한은은 고물가가 불러올 위험에 주목했다.

2008년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5.9% 올랐다. 고유가 영향에 상승세가 한층 확대됐고, 향후에도 상당 기간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내수부진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나 높은 물가상승률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퍼지고 물가안정기반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둔화 우려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대부분 투자부문 부진에 기인한다"며 "소비가 나쁘지 않은 가운데 수출 호조와 물가 목표치 도달을 고려하면 금융안정 차원에서 11월 인상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韓 기준금리, 2008년 7월엔 미국보다 300bp 웃돌아

2008년 7월과 현재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다.

당시에는 한국 기준금리가 5.00%로 미국 기준금리 2.00%를 300bp 웃돌았다.

자본유출 우려가 현재처럼 금리 인상 논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셈이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1.50%로 미국(2.25%)보다 75bp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8년 8월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 발생 이후 1년 동안 국내 실물경제 및 금융 외환시장 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나쁘지 않다"며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시각도 긍정적인 편이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소매판매가 크게 둔화했고. 고용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연준은 이에 대응해 2008년 10월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무려 100bp 인하했다.

경기 과열을 막고자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현 상황과 큰 차이가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2008년 8월과 비교하면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지만,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자본 이탈 우려는 크다"며 "한 차례 금리 인상 명분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남색)과 한국(주황색) 기준금리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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