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그간 중국 정부가 통제해 왔던 중국의 국채시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락한'(cozy) 중국의 채권시장에 해외 투자자들이 침입하고 있다"면서 1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여태까지 중국 국채시장에서는 대부분 역내 은행,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주로 거래해왔다. 대다수는 국유기업 기관이었다.

인민은행은 직접 단기 유동성을 공급해 금리를 조절하거나, 국유기업들에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인 '창구 규제'(window guidance)를 내려 간접 국채 매수·매도로 국채시장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 유출이 심화하고, 무역 흑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중국은 외국 중앙은행과 대학기금 등 투자 기관들에 개방을 심화했고, 그 결과 중국의 국채시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10월 중국 역내 국채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1조800억 위안(약 175조4천억 원)을 보유했다.

전체 국채의 8.1%로, 이는 지난 2016년 2월의 2.7%에서 약 세 배 급증한 수준이다.

10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국채 보유 비중은 8월 기준 중국의 미국채 보유 비중(7.6%)과 비슷한 정도다.

홍콩 리서치업체 로디엄그룹의 로건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이 비중이 25%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중국 국채 순매수 중 외국인 비중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중국 역내 국채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진입은 중국 정부에 양날의 검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진입으로 중국 국채시장이 선진화되고 국제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그간 시장을 엄격히 통제해 온 중국 당국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채를 급격히 매도할 경우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경기 둔화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채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이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의 자본 유입은 '경기 순환적'일 때가 많다"면서 "경기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이 같은 급격한 유출이 중국 당국에 우려 사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미 중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중을 늘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의 단기 국채를 매수하면서 단기물의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하락해 일드 커브(수익률 곡선) 스티프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WSJ이 인용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월 러시아 중앙은행이 예기치 않게 국채 5년물을 대거 매수했다. 당시 해당 국채의 수익률은 급락했다.

WSJ에 따르면 몇 주 후 중국 재정부는 새로운 개입 도구를 활용해 해당 국채 30억 위안어치를 매도해 수익률을 안정시키고 가격을 낮춰 균형을 조절했다.

누버거버먼의 피터 루 중국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은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국채)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WSJ에 전했다.







<좌: 외국인 투자자 중국 국채 보유량 추이, 우: 중국 국채 만기별 수익률 곡선>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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