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기업들이 9조 달러에 이르는 부채 부담을 안고 있으며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경제가 약해질 경우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향후 12~18개월 이내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투자등급과 정크 등급 사이의 불안정한 기업들이 가장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21일 CNBC는 9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기업들의 부채가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저금리와 쉬운 대출 조건, 투자자들의 끊임없는 수요로 부채를 대폭 늘려왔다.

실제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대침체가 막 시작되던 2007년 4조9천억 달러를 기록했던 전체 기업부채는 올해 9조1천억 달러 가량으로 급증했다. 86%나 늘어난 것이다.

2015년 말과 2016년에 에너지 부문에서 일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장은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이 영향으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채권 디폴트가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버리지론은 2011년 이후 최저치다.

월가에서는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는 이런 기업부채가 감내할 수 있는 문제라고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주식시장은 흔들리고, 신용 스프레드는 확대됐다. 모든 부채에 적용되는 금리가 오르면 기업 이익에 부담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자산운용사 아문디 파이오니어의 마이클 템플 신용 분석 이사는 "시장에는 불안감이 있고 이런 불안이 전혀 잘못된 것은 아니다"며 "우려가 하늘 높이 날아오른 것은 아직 아니지만 향후 12~18개월 이내에 금리가 계속해서 오른다면 그 지점에 이르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경제가 안정되고 금리가 적정 수준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좋은 경우가 그 첫 번째다. 반대로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금리가 계속 오르고 기업들의 부채 롤오버가 더는 쉽지 않은 나쁜 경우가 두 번째다.

최근 투자등급에 걸쳐있는 기업들이 투자등급을 잃고 하이일드나 정크 등급으로 가는 추세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 경제가 나머지 다른 나라에 비해 계속해서 더 좋은 흐름을 보이고 기업부채 문제가 해외나 시스템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특정 기업으로 제한되는 경우라면 상황은 심각하지 않다.

템플 이사는 "이는 신용 사이클 전환까지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경제활동 위축 지점까지 금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에 달려있다"며 "금리가 이미 너무 높아서 경제가 버틸 수 없고 내년에 경기침체가 일어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은 기업 신용시장에 우호적인 여건이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활동은 내년 다소 둔화하겠지만,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라며 "이 정도로는 혼란을 일으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의 조지 러스낙 글로벌 채권 공동 대표는 "하이일드 부분을 보면 꽤 과대평가돼 있고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며 "일부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하이일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BB 등급 중 일부는 투자등급에서 하이일드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저등급 회사채가 정크 등급으로 강등되는 것이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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