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긴축발작 상기…긴축 여파 우려

BOA 글로벌 양적 긴축 시작…"2018년 추세 전환"

신용과 시장, QE로 악순환 관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것은 2013년 '긴축발작'인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에 대한 악몽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이퍼 텐트럼은 2013년 5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단계적 축소 즉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연준은 매달 850억 달러씩 자산을 매입해왔으나 연준이 조기에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촉발되며 신흥시장은 패닉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시장은 과도한 긴축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QE 프로그램으로 늘어난 4조5천억 달러 규모의 보유자산을 축소해오고 있다.

보유자산이 현재 4조 달러 수준까지 줄어든 가운데, 시장은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매달 500억 달러 규모의 보유자산 축소가 시장의 유동성을 과도하게 축소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웹캐스트를 통해 "연준이 양적 긴축(QT)을 시작하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예정대로 무너졌다"라며 "(둘 간에) 무시무시한(eerie) 연관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양적 긴축은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보유자산 축소 정책을 말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분석에 따르면 연준을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 9조1천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했다.

이러한 대규모 유동성 투입으로 투자자들은 주식과 신용 상품에 대거 투자했고, 이는 전 세계 차입금리를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BOA-메릴린치는 작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강력했던 추세가 반전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작년 12월 미국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수년래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BOA의 마이클 하넷 수석 투자 전략가는 12월 말 보고서에서 "유동성과 신용은 강세장의 '접착제(glue)'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동성과 신용이 강세장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과거 자산매입 규모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파월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2013년과 2014년 시장이 대차대조표 규모나 자산 매입 속도, 매입 축소 속도 등과 관련한 뉴스에 매우 민감해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배웠다"라며 이 때문에 "우리는 정상화의 방법 등 이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 발언보다 대차대조표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며 이를 "자동으로(on automatic pilot) 해나가겠다"는 파월의 발언에 더 주목했고, 이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CNN에 따르면 당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82포인트까지 올랐다가 해당 발언에 352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파월은 이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보유자산 축소에 대해 "그것이 작년 4분기에 시작된 시장 불안의 중요한 부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다른 결론에 이른다면 우리는 (정책) 수정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시장에 백기를 든 셈이다. 파월의 발언에 다우지수는 747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건들락은 "파월이 완전히 항복했다"라며 "시장이 이후 파티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전날 이후 다우지수는 2천100포인트 이상, 거의 10%가량 상승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보고서에서 연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 시행 이후 연준과 시장의 관계가 끊임없는 악순환 관계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긴축하면 시장은 아이처럼 발작하고, 금융환경도 경색된다. 그러면 연준은 물러난다"라며 이후 "시장이 랠리를 보이고 금융환경이 완화되면 연준은 다시 경기장에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 : 출처 CNN 홈페이지>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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