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증권업계가 보유한 채권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 자산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수준으로 많아지면서 업계는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28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증권사 보유 자산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집계됐다.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이 채권으로 이뤄진 셈이다.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크게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증권사의 자산은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채권 등 유가증권 증가분으로 채워졌다.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한국법인 등이 보유한 유가증권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6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70%인 193조원가량이 채권으로 구성됐다. 증권업계의 전체 채권 보유 잔고는 지난해에만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헤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 등의 수요가 높아졌다. 자체 헤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증권사의 채권 보유는 더욱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개별 주식 투자가 위축되면서 ELS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이에 지난해 ELS 발행금액은 86조6천억원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수년간 환매조건부채권(RP)를 통한 자금조달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국공채 등 담보 성격의 채권 규모가 늘며 증권업계의 보유 채권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주요 증권사의 채권 보유 잔고는 올해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금리 인상 등에 대비해 듀레이션 축소에 힘썼는데, 올해도 듀레이션을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 잔고가 계속 늘고 있어서 금리 움직임에 따라 듀레이션을 적절하게 조절해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사 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자수익 등으로 이를 만회해 실질적인 손실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자산 중 채권 비중이 커지면서 금리변동에 따른 채권 가치 변동이 금융투자회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 지는 오래"라며 "유동성 대응능력 등을 꾸준히 점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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