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매에서 비둘기로 급변한 파월의 화법
<뉴욕은 지금> 매에서 비둘기로 급변한 파월의 화법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01.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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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파월 의장은 자신을 스스로 솔직하게 말하는 타입(plain-spoken communicator)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지난 3개월을 볼 때 도전으로 판명 났다. 시장은 종종 그를 오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의 화법이 위험을 가져온다'는 기사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연준 의장의 발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파장은 더 크게 증폭됐다. 연준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돌아서고 그 긴축을 더 강행해야 할지 갈림길에 선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음성을 직접 들을 기회도 더 많아졌다.

올해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자회견은 분기마다 한 번, 1년에 4차례였지만, 올해부터는 8차례로 늘어난다.

기자회견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과의 소통 기회를 늘리는 동시에 통화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연준은 의장의 기자회견이 있는 달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연준의 정책 힌트를 더 얻을 수 있으니 시장이 반길 일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파월 의장의 '오럴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달 FOMC가 대표적이다. 금리 인상은 예상됐지만,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강한 경제의 힘에 대해 강조했다.

나중에 공개된 12월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올해 이전보다 더 온화한 금리 경로를 예고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톤은 회의보다 매파적이었다.

주가는 이후 8%나 떨어졌고, 국채수익률은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틀 후 연준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TV 인터뷰에서 투자자를 달래야 했다.

월가에서는 그 며칠간이 연준의 가장 중요한 청중이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달 창구인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2월 취임 당시만 해도 파월 의장은 국회의원들과 월가의 페드워처들로부터 의사소통에 있어 알기 쉬운 접근(plain-English approach)을 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페드워처 중 한명은 "허니문은 끝났다. 소통은 연준 의장이 되는 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말실수는 미리 준비된 발언보다는 즉흥적인 발언에서 나왔다고 분석한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민감한 주제에서 그랬다.

여름 파월 의장은 중립금리 수준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10월 초 토론에서 무너졌다.

중립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질문이 나왔고 파월 의장은 주의를 돌리려고 노력했지만, 갑자기 "아마도 현시점에서 중립금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문제의 발언을 하고 만다.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을 의심할 만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JP모건은 파월 의장이 취임 이후부터 의회 증언에 나서거나 다른 연설을 할 때 증시는 평균 0.4% 하락했고 9번의 연설 중 5번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총 1조5천억 달러가 증시에서 증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파월 의장은 "단기 금리는 중립금리 추정치 범위의 바로 아래에 있다"고 수습했다.

1월 초 파월 의장은 "연준의 채권보유량이 결국 현재보다 상당히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FOMC 의사록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가에서는 "말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파월 의장이 이런 방법을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위험하다. 전임 의장들의 단조로운 말에 동참하기 꺼릴 수 있지만, 그래야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실 파월 의장이 실행하는 정책은 전임 재닛 옐런 의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월 의장이 더 꾸미지 않은 단어로 얘기하지만, 정책의 틀은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달 초 토론에서 파월 의장은 본인의 소통 스타일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나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를 관심 있는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제용어는 중요한 목적에 쓰이지만, 단지 짜증 나게 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발이 안 맞는 현 정치 환경에서 파월 의장의 어려움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를 올리지 말라"며 경고를 서슴지 않고, 경질설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은행 유동성과 관련해 주요 6대 은행 CEO들과 통화했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대통령 워킹그룹을 소집해 역효과를 낳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백악관, 재무부, 연준은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연준의 전통적인 대화 파트너들인 백악관, 재무부 등은 참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였으면 없었을 올해 첫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시장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달의 시장 충격을 의식한 듯 다소 모호한 단어도 썼다. 말하는 건 참 어렵다. 다음 달이면 파월 의장은 취임 1년을 맞는다.(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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