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500만달러 이상에 '백만장자세' 도입하자

이타적 행위 아닌 '사익'을 위한 것

민주당 위원들도 부유세 주장…빈부 격차 악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뉴욕의 백만장자들이 스스로 자신에 부과되는 세금을 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국적 백만장자(Patriotic Millionaires) 그룹 회장이자 블랙록의 전직 임원인 모리스 펄은 뉴욕주 예산 청문회에 출석해 6명으로 구성된 초당파 의원 그룹에 연간 500만 달러(약 56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계에 '백만장자세(multimillionaire's tax)'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주택과 기반시설, 학교 등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고 펄은 주장했다.

펄은 세금을 인상할 경우 사람들이 뉴욕주를 떠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세금 때문에 어디에 살지를 결정하는 부자들은 뉴욕에 살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지난 10년간 뉴욕에 살지 않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약간의 재력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소개하며 "나는 내가 원하는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만약 낮은 세금과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에 살길 원한다면 캔자스에 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펄은 "세율을 인상하면 주를 떠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백만장자들의 공허한 위협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국적 백만장자 그룹의 회원은 약 200여명으로 이 중 40여명이 뉴욕주에 살고 있다. 뉴욕주는 미국 내에서도 세율이 높기로 유명한 주지만, 그만큼 가계의 부가 많은 주이기도 한다.

펄의 연설과 함께 이날 백만장자 그룹은 뉴욕 주지사와 뉴욕주 의회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뉴욕주의 세 부담을 분담하겠다며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부자들에 세금을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세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간 20~30억 달러(약 2조2천억~3조4천억원)의 재원이 늘어난다는 게 이들 그룹의 주장이다.

서한에는 48명의 뉴욕 백만장자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이타적 행위로 이같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돌아올 개인적 이익(self-interest)" 때문이라고 서한에서 주장했다.

즉 늘어난 세금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가난을 벗어나게 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경우 뉴욕주에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생겨, 장기적으로 모두의 이해가 증가하게 된다는 논리다.

최근 2020년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당) 상원의원도 이른바 초부유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워런은 순자산 5천만~10억 달러(약 562억~1조1천억원)의 미국 부자 가정에 2%, 10억 달러를 넘는 부자 가정에 3%의 세금을 매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떠오르는 샛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은 최고세율 70%의 부유세를 주장하고 있다.

하원 역사상 최연소로 당선된 29세의 코르테스 의원은 "소득이 1천만 달러(약 112억원)를 넘어선다면 때때로 60∼70% 세율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 부유세 논란에 불을 지폈다.

코르테스의 부유세 주장은 과도하다는 논란을 초래했지만, 빈부 격차가 커지는 미국에서는 부유세에 찬성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폭스뉴스가 1월 말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70%가 연 소득 1천만 달러(약 112억원) 이상 가구에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고,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에도 65%가 찬성했다.

세계적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이 1월 말 다보스 포럼을 앞두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부터 1년간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이 하루 25억 달러(약 2조8천억원)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1천125명에 그쳤던 전 세계 억만장자 숫자는 2018년 2천208명으로 10년간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9천억 달러(약 1천10조9천억원)가 증가했다. 반면 세계 인구 절반인 소득 하위 50%인 극빈층 38억명의 자산은 10년간 1조3천700억 달러로 11.1% 줄어들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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