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북한과 미국의 정상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당일 이들 움직임을 통해 향후 시장에 어느 정도 파장을 낼지 추정해 수 있어서다.

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북한과 미국의 정상 회담 결렬 소식에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매도하며 강하게 반응했다.

최초 결렬 징후 소식이 전해진 오후 3시를 전후로 15분간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1천800계약가량 팔았다. 오후 2시 57분에는 약 900계약의 매도 주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예정됐던 만찬이 취소되고 서명식이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일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려 일부에서는 외국인 매도는 금융통화위원회 영향이라는 진단도 제기됐다.

다만 시간대별 외국인 투자 동향을 보면 북·미 정상 회담 결렬 소식이 이들의 매도세를 촉발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기자회견이 열렸던 금통위 한 시간 동안 외국인의 3년 국채선물 순매도 규모는 700계약 수준에 그쳤다. 국채선물 가격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급격한 매도세를 촉발할 만큼 매파적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지난 1월 기자회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결렬 소식이 전해진 당일 외국인이 팔자로 대응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지난달 28일 "외국인이 국채선물 대거 매도한 포지션을 감지 않고 장을 마감했다"며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외국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약 4천400계약, 10년 국채선물도 4천 계약 넘게 매도한 채 장을 마감했다.

그는 "안전자산 선호는 통상 채권 강세로 작용하지만, 한국 지정학적 위험 소식은 국내 채권시장엔 약세로 작용한다"며 "이날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내린 점은 채권시장에서 엑소더스가 벌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당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 거래일 대비 5.60원 상승한 1,124.70원에 마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본부장은" 만약 상황이 악화해 회담 결렬 이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어떤 자금이든 유출할 것이다"며 "이럴 경우 문제는 수익률이 아니라 원금 회수 여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협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끌어내려고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 이번 북미회담에 대한 반영이 크지 않았던 만큼, 직접적인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을 통해 스와프 포인트나 위험자산 선호 심리 등이 어느 정도 움직이는 등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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