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증권업계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하면서 육아휴직 풍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은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 및 각 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에서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이들의 복귀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2명, 4명의 남직원이 육아휴직을 떠났다. 그러나 이들 중 복귀 후 1년 이상을 근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 직원의 경우 육아휴직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율이 2016년에 60%, 2017년에 16%를 넘어섰지만, 남자 직원의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율은 2년 연속으로 '0%'였다.

메리츠종금증권도 2명의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떠났으나, 이들 중 복귀 후 1년 이상 근속한 인원은 없었다.

NH투자증권에서는 지난 2016년 1명, 2017년 2명의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냈다. 다른 회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복귀 후 1년 인상 근속률은 2년 연속으로 '0%'를 나타냈다.

주요 증권사에서는 원칙적으로 남직원과 여직원 모두 공평한 조건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직원 비율은 여직원과 비교해 매우 작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업 특성상 전문 계약직의 비중이 높고, 남자의 성비가 높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실태가 논의됐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장려됨에 따라 삼성, LG그룹 등에서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 속 차츰 증권업계에서도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이들의 육아휴직 후 근속률이 거의 '0%'에 수렴한다는 점은 맹점으로 지적됐다. 업계에서 퇴사를 결심한 사람만 육아휴직을 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부서에선 여전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들이 도입된 만큼, 점차 업계 풍토가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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