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커들로 위원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경제매체 CNBC에 잇따라 출연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연준 이사 지명자 스티븐 무어도 앞서 연준이 금리를 50bp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무어는 지난 2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반드시 50bp 인하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래리가 50bp를 말하는 가운데 내가 연준 이사에 합류한다면, 나는 그들(연준)이 가진 정보를 적어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어가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긴했지만, 여전히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무어는 커들로 위원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인물이다.

무어는 폭스뉴스에 연준이 크리스마스 1주일 전에 금리를 올린 일을 기억할 것이라며 "그것은 매우 큰 실수였으며, 실제 큰 실수였음이 판명 났다. 나는 12월에 일어난 금리 인상을 되돌리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50bp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리는 1.75~2.00%가 된다.

커들로 위원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주장이 "이것은 우리의 견해다. 이것은 그(트럼프)의 견해이며, 나의 견해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자 측근들에게 "파월이 나를 후버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다녔다. 후버는 제31대 미 대통령으로 대공황 초기 때 재임한 대통령이다.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정도로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자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올해 9월 종료하고, 연내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늦게 트위터를 통해 "연준이 실수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 특히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리고 터무니없는 시기에 양적 긴축을 하지 않았더라면 국내총생산 (성장률) 3%와 주식시장은 '훨씬 더 높았을 것'이며, 전 세계 시장도 '더 나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금리 인하를 "예방적" 조치로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채권시장에 나타난 경기침체 신호인 장단기 금리 역전을 주목한 것이다.

커들로는 "회복에 어떤 위협도 원하지 않는다"라며 "나는 수익률 곡선 역전을 인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경제 약세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시장에 많은 이들이 이를 믿는다"고 언급해 50bp 금리 인하가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시사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12월까지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은 41.3%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 36.8%를 웃돈다. 또 금리를 50bp 인하할 가능성도 17.7%에 달한다. 금리를 75bp 인하할 가능성도 3.7%로 나타났다.

연준에 대한 대통령과 측근들의 압박에도 연준은 지표에 좀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커들로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단기적인 경제 지표에 과잉대응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변동성에 과잉대응할 경우 이는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자체의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경제 지표는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정당화해줄 실질적인 경제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최근 나타난 연준의 변화에 허를 찔렸다는 점에서 백악관의 이러한 지속적인 압박을 연준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랜트 손톤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파월이 정치적 변덕과는 무관하게 경제가 필요로하는 것을 할 것"이라면서도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백악관의 금리 논평이 "연준의 비정치적인 접근법을 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이미 연준의 신뢰도를 침식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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