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펀드에 국민연금이 약 4천억원을 출자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가 대기업이나 대주주에 자금을 지원해 차익을 얻는 상황에서, 국민 노후재산인 국민연금이 재벌 총수 일가에 편의를 제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하는 국민연금의 최근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1조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에 앵커투자자로 참여했다. 출자금액은 약 4천억원이다.

이 펀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특수상황에 있는 대주주나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차익을 실현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7년 총수일가 회사인 한화S&C를 물적분할 방식으로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과 한화S&C(신설법인)로 쪼갰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조치다. 이후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 지분 44.6%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앞서 2013년 현대자동차그룹 총수일가 회사인 이노션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분을 팔았다. 이때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지분 인수에 나섰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에 출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대기업과 재벌 총수일가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돕고 있다"며 "특히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한화그룹 등 대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에 대해 "총수일가 지분을 제3자가 아닌 PEF에 매각하는 것이 진짜 매각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기업지배구조 연구소의 연구원은 "국민연금 가입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가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그 정보는 투자자인 국민연금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가 재벌 총수일가를 지원해 투자수익을 거두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하는 국민연금의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투자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