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자질 논란을 빚고 있는 스티븐 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지명자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추천한 허먼 케인이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전에도 많은 연준 이사들이 경제학 박사 학위 없이도 중앙은행을 잘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이들에 대한 자질 논란은 연준에 봉사하기 위해 경제학 박사학위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며 실제 많은 연준 이사들이 경제학 학위가 없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폴 볼커, 윌리엄 채스니 마틴, 마리네 에클레스 전 연준 의장 등이 모두 경제학 박사 학위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도 경제학 학위가 없다.

오히려 경제학 박사 학위로 똘똘 뭉친 중앙은행은 엘리트주의나 학력주의에 대한 반발을 살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때로는 비경제학자의 출현이 신선한 경우도 있었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지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조차도 경제학이 편협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며 연준 상부에 경제학 박사가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옐런은 2012년 인터뷰에서 "(경제학자 출신이 많은 것이) 정책 결정을 개선해왔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비경제학자 출신의 이사들이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에 기여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WSJ은 이러한 논쟁의 핵심은 경제학이나 경제모델이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도구냐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은 복잡한 방정식이나 예측이 아니다. 사고를 단련하는 사물을 종합하는 방식이며, 가정과 예측이 상호 모순되지 않도록 하고, 대안적 가설과 증거에 대해 가설을 시험하는 일이다.

즉 경제학은 단순한 방정식이 아닌 경제학적 사고를 의미한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경제학자나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예측이 틀렸을 때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경기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경제학자나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논쟁하는 경우가 이러한 경우다.

따라서 이들의 자격 논란에 대한 핵심은 이들이 경제학적 사고를 하느냐에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어는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연준이 잘못하는 한 가지는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고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업률이 아무리 낮아져도 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어는 상품 가격을 연준이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도 항상 일관되게 주장된 것이 아닌 데다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삼을 때 잘못된 정책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무어가 연준 이사로 승인받으려면 박사 학위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이를 설명해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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