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의 '기준선(threshold)'을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의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하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문이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5일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2%를 크게 밑돌 경우 이는 "우리의 통화정책 환경이 실제 제약적(restrictive)이며, 연방기금금리를 아래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가가 한동안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크게 밑돌 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에번스는 자신은 앞으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2020년 말과 2021년에 금리 인상을 정당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에번스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몇 달간 1.5% 근방에 머물 경우 "극도로 긴장할 것"이라며 "그리고 금리 인하를 통해 보험에 드는 것에 대해 분명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번스가 제시한 금리 인하의 조건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몇 달간(several) 1.5% 근방에 머무는 것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카플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1.5% 근방이나 그 이하에서 머물 경우 금리를 정할 때 "확실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카플란은 1.5%나 그 이하가 지속할 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금리를 결정할 때 저물가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해 금리 인하의 기준선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도 이달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가 연준이 과거 금리를 인하한 유일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일례로 1990년대 "일종의 보험용으로 금리를 인하한 상황"을 거론했다.

클라리다의 발언은 경기침체 상황이 아니더라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WSJ은 클라리다의 발언이 금리 인하의 장벽을 낮춘 것이라고 진단했다.

1994년 2월부터 12개월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3.25%에서 6%까지 인상했다. 이후 1995년 7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인플레이션이 기대에 못 미치자 세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WSJ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하거나 오는 4월 30일~5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당국자들이 금리 인하의 조건들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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