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올해 들어 거칠 것 없이 오르던 뉴욕증시가 결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 신기록을 세웠고, 나스닥지수는 25일 장중 기준 사상 최고치도 경신했다.

S&P500의 장중 역사적 고점 기록인 지난해 9월 28일의 2,940.91까지는 13포인트도 정도 남았다. 3,000선까지 내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기존 장중 최고치인 작년 10월 31일의 26,951.81이 가시권에 진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뉴욕증시는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주요 지수는 지난해 9~10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 12월 크리스마스이브까지 20% 안팎의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후 20% 안팎으로 강하게 반등했다. 6개월 남짓, 지옥과 천당을 경험했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지수대에 도달했지만, 월가의 분위기는 흥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CNBC는 모든 게 좋은 소식이지만, 트레이딩 데스크를 보면 샴페인을 터트렸다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 셀사이드 트레이더는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몇 주간 분위기가 죽어있다"며 "극도의 행복과는 정반대"라고 전했다.

사상 최고 주가 랠리에서 빠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S&P500은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지만, 24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종목은 13개밖에 안 된다. 일부 엄청나게 오른 몇 종목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 거래량에서 잘 나타나는데, 3월 말 이후 거래량이 최악의 수준이다.

주식으로 자금 유입도 가파르지 않다. 투자자들은 기록적인 규모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며, 지수가 오를 때마다 차익실현 움직임이 나온다.

통상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소외될지 모른다'는 공포(FOMO)에 뒤늦게 자금을 쏟아붓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게 없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대표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지난주 "증시에 투자하지 않고 뒀던 현금이 상당한 투자자가 주식시장으로 뛰어들 때 갑자기 과열돼서 계속 상승하는 '멜트 업'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변동성 지수도 죽었다. 변동성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급등 기대도, 급락 우려도 보이지 않는다.

또 이번 사상 최고가 랠리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뉴욕증시만 나 홀로 좋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주요 지수는 지난해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2008년 초 이후 미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이익은 달러 기준으로 40% 늘었고, 이머징마켓은 정체됐다. 유럽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이익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성공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올해 주가 상승을 이끈 것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기술주들이다.

이번 상승이 예상을 웃도는 미국 기업 실적 등에 따른 '어닝 파워 랠리'라고 하지만, 사실은 '파월 랠리', '연준의 인위적 랠리 연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뉴욕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한 것은 비둘기파로 돌아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의 영향이 컸다. 지난 1월 연준은 매에서 비둘기로 변신해 공격적인 금리 정책 우려를 잠재웠고, 3월에는 올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에다 대차대조표 축소 종료 등 더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나타냈다. 당장 다음 주 연준이 최근 사상 최고가 흐름에 어떤 평가를 할지 주목된다.

사실, 이번 강세장은 지난 50년간 강세장과는 달리 우려와 함께해 왔다.

이미 많은 이들이 향후 어려운 미래를 예측하고 걱정하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움직임을 비교해 산출한 걱정 지수는 떨어질 줄 모른다.

월가에서는 "흥분도 비관도 나오지 않는 게 이번 장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흥분과 쏠림이 없어서 아직은 더 오를 수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도 이번 사상 최고치 경신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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