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간접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서울 채권시장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부총리 발언의 의도에 따라 통화정책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전일 피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이 더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1분기 경제지표를 보고 시장에서 그와 같은 요구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IMF 조사단이 지난번에 왔을 때 재정뿐 아니라 금융 통화정책도 완화 기조로 가라는 권고를 했다"면서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역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완화적 기조로 가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부총리 발언의 의미를 두고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해석은 엇갈렸다.

과거 부총리 또는 청와대 발언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정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의미가 크다는 의견과 원론적 발언일 뿐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A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부총리가 과거 '척하면 척' 정도의 발언을 내놓은 것 같다"며 "한국은행이 행간을 읽고 움직일지는 별개의 문제다"고 말했다.

'척하면 척'은 최경환 전 부총리의 발언으로, 한은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때마다 회자한다. 한은은 2014년 8월, 최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의 정책에 부응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전일 전체 발언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 부총리가 전일 부동산을 통해서 경기에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점을 보면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B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안 하겠다고 말하고,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간접적으로 소개한 점을 보면 균형 잡힌 발언이었다"며 "그래서인지 어제 시장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C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부총리가 통화정책 관련 질문에 언급을 안 하려다가 간접적으로 의견을 내놓은 것 같다"며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인하던 최경환 전 부총리 때와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