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단행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의 소니아 메스킨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전반적 충격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이라며 연간 인플레이션이 0.05%포인트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는 미국 수입 제품의 가격을 올려 역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지만, 과거보다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 가계들은 교육, 주택, 건강보험 등과 같은 서비스 분야에 소비를 크게 늘여왔다. 반면, 상품 가격은 기술 혁신과 교역 등의 증가로 낮아졌으며 그에 대한 소비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이는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미국 인플레이션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작년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오르는 데 그쳐,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는 등 관세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관세 인상으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가 최대 0.5%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간접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에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의 관세를 인상한 이후 드라이어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그러한 경우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상품의 관세가 오르자 다른 나라들도 경쟁 완화에 오히려 제품가격을 올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내 기업들이 관세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주방용품 라이프타임 브랜드의 로버트 브루스 케이 최고경영자(CEO)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이를 완전히 흡수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가격 인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측면에서 고객이 이를 흡수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오르더라도 연준은 이를 일시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의 미셸 마이어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반등을 일시적인 조정으로 여길 것"이라며 오히려 "이것이 성장과 기업 및 소비 심리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훨씬 더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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