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200원 근처까지 오르는 등 원화 절하가 큰 폭으로 나타난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유의미한 반등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27일 서울환시 및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원화 절하 사이클이 나타날 때마다 기업들의 수출 익스포저가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차는 짧지 않아 빨라도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반등 모멘텀이 나타날 것으로 진단돼 이른바 'J커브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J커브 효과란 환율의 변동과 무역수지와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통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하더라도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하다가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원화의 절하가 유도된 결과가 아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위안화 약세에 연동한 것지만, 통화가치 하락에 따라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점차 힘이 실리는 셈이다.

JP모건은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과거 원화 약세 기간 중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며 주가는 부진했던 반면 기업영업 이익은 개선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2000년 이후 원화 약세 사이클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며 국내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반면 기업들의 높은 수출 익스포저로 영업이익률은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6%가량 하락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가량 하락했다. 또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1,060~1,080원 사이에서 움직였으나 최근 달러-원 환율은 이보다 100원 오른 1,180~1,190원 사이에서 등락하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는 기업 실적 부진과 경상수지 감소 등과 궤를 같이한다.

관세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57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 동기 대비 낙폭이 확대됐고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12.5%)은 지난 2016년 2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쌓아놓은 달러화 예금은 지난 2017년 수출 호조 속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환율 상승과 수출 부진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로 접어들어 지난 4월에는 2016년 12월 이후 2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외화예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외국환 은행의 거주자 달러화 예금은 전월보다 31억2천만 달러 감소한 534억6천만 달러를 나타냈다.

통상적으로 거주자 외화예금은 달러-원 환율과 역상관 관계를 보이며 환율이 하락할 때 늘어나고 상승할 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달러화 예금 감소의 주요 원인은 환율 상승 영향이 크나 최근의 수출 부진도 추세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일단 기업들이 달러를 벌어들여야 예금을 쌓아놓을 텐데 최근의 경상수지가 감소한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거주자외화예금과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8993)>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들은 당분간 국내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원화 절하 효과로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수출 모멘텀이 여전히 약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반도체 사이클 반등 정도, 미중 무역분쟁 경과 등이 하반기 수출 회복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2분기까지 수출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부합하며 단기 모멘텀 회복 여부에 조심스럽다"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2분기부터 반도체 사이클이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에 동의하나, 하반기 유의미한 회복을 위해서는 최종 수요의 강한 반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노무라에 따르면 하반기부터는 IMO 2020 시행을 앞두고 모든 선종의 교체 수요가 시작되는 데다 선박 수출 저점 통과, 유가 회복 등이 수출리스크를 완화시킬 전망이다.

IMO 2020이란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용 연료유의 황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기로 한 규제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 달러 대비 절하되면서 수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J커브 효과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하더라도 수출 지표는 당장 반등하기보다 조금 시차를 갖고 반등할 것이고 의미있는 반등은 4분기 지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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