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이 무역협상 백서에서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며 미국과의 무역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매체는 중국이 이날 발표한 백서에서 협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번 백서에서 중국은 협상의 결렬시킨 책임을 미국에 묻고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부과 등을 비난했지만, 백서와 관련 브리핑에서 중국은 대화로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백서를 발표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를 증진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차이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력적 접근법을 채택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백서에서도 중국은 "양국의 협력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자 올바른 선택"이라며 "양국 간 경제 무역의 이견과 갈등을 결국에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SJ은 지난 3주간 관영 언론과 당국자들의 발언에서 드러난 날카롭고, 국수주의적이었던 발언보다 백서와 기자회견의 톤이 눈에 띄게 침착해졌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무역 전문가들도 설사 공은 미국에 있더라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옌성(張燕生)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무산되고, 미국이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한 이후 중국 국영언론들과 당국자들은 중국이 그동안 금지어로 지정했던 '무역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비난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앞서 미국과 중국과의 협상이 결렬된 것은 미국 측이 협상 내용을 법제화한다는 내용을 협상문에 포함하도록 요구했고, 중국은 이를 주권 침해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왕 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부문에 대한 여지를 두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WSJ은 전했다.

왕 부부장은 "그 세 가지 쟁점은 협상에서 교섭 포인트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미국이 이것들을 받아들이길 원하는지"라고 반문했다.

미국과 중국 양측 재무장관들은 오는 8~9일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이들이 물밑 접촉을 통해 이달 말 예정된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의 무역 회담을 성사시킬지 주목된다.

왕 부부장은 이와 관련해 질문을 받자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메이 신유 선임 연구원은 이번 백서는 G20 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며 "중국은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하지만, 미국은 공정한 요구를 해올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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