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한국과 일본의 무역 갈등에 대해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고 미국 내 전문가들이 주문했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1일(현지시간) "수십년 간의 역사적 적대감으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은 세계 기업들에 위협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무역 갈등은 일본이 한국 내 최첨단 산업의 핵심 화학 물질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며 시작됐다"며 "일본은 불특정의 안보 우려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역사적 마찰이 경제와 안보 영역으로 확산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이번 갈등의 시작은 식민지 시절 일본의 한국인 강제 징용에서 비롯됐고, 일본은 지난 1965년 정부 간 협의로 해결됐다고 보지만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개인의 배상 요구를 지지해왔다고 전했다.

USC대학의 데이비드 강 한국학 연구소 소장은 "이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SM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한국에서는 대대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로 한국 기업에 해당 소재가 고갈되면 아이폰부터 TV까지 모든 것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전문가인 돈 헬만 워싱턴대 교수는 "이것은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CSM은 "미국은 항상 한일 간 역사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렸지만,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양국이 화해하지 못하는 데 피로감이 커지며 손을 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는 "현재 솔직히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에 피로감이 있다. 이들은 중국과 북한이 부상하는 이번 세기에 지난 세기의 문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에 전문성을 가진 중간급 관료층이 얇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수석 연구원이자 전직 미 국방부 동북아 정책 자문인 제임스 쇼프는 "과거 정부는 그런 관료들이 정기적으로 3자 회담을 열어 우리 관계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라면 무엇이라도 논의했다"며 "지금은 그런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역사 논쟁이 경제와 안보 분야로 확산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매우 큰 도전적 환경에 직면했다"며 "이번 분쟁이 더욱 큰 분야로 확대되는 데 따라 미국은 이를 진압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쇼프 수석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간 매우 사적인 대화를 포함해 강력한 사적인 (중간) 역할을 했다"며 "이는 미국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혼 법정이 아니라 결혼 상담사에 가까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CSM은 "많은 전문가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 두 곳의 시각차가 커지는 것이 아시아 내 미국의 역할이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며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이 줄어들며 우방국을 서로 묶어두는 유대가 느슨해졌다"고 비판했다.

클링너는 "이 지역의 미국 위상은 다소 떨어졌고,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의 관점은 미국 국익에 맞춰져 있다"며 "동맹을 사업 거래로 보는 것으로, 이런 모든 게 미국의 이미지는 물론, 공공 가치에 기반하는 미국의 능력에 해를 입힌다"고 분석했다.

쇼프 수석 연구원은 "실제 아시아에서 미국 동맹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밀접하고 공통의 안보 이익을 가진 한국과 일본이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CSM은 "그 대신에 일본은 호주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에 눈을 돌리고 있고, 한국은 북한에 집중하며 중국과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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