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12일(현지시간) 월요일,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그야말로 패닉에 휩싸였다.

주가는 35% 이상 폭락했고, 페소화 가치는 달러화에 한때 37%가량 떨어졌다.

친(親)시장주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에 크게 뒤진 것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

아르헨티나의 유로화 표시 채권 가격은 9센트가량 하락했고, 금리는 반대로 3% 가까이 올랐다.

중도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대선 예비선거에서 현 마크리 대통령을 10%포인트가량 크게 앞서면서 예상 밖의 완승을 거뒀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페르난데스가 오차범위 내에서 마크리 대통령에 앞섰던 것에서 표가 크게 갈리자 시장이 완전히 충격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4년 만에 아르헨티나에 다시 좌파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시장이 요란하게 반응한 셈이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혹은 40% 이상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바로 당선된다. 이러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1월에 1, 2위 후보가 다시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이번 투표는 10월 27일 예정된 1차 투표에 앞선 예비선거로 1.5% 이상을 득표한 후보만을 추리기 위한 것이지만, 주요 대선 주자들의 표심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다.

이번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페르난데스 후보의 득표율은 47.7%로 만약 곧바로 대선에 갈 경우 2차 투표 없이 당선이 확실시된다.

마크리 대통령의 득표율은 32.1%에 그쳤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히메나 블랑코 리서치 헤드는 "양쪽(시장과 선거 결과)으로 총체적 충격이다"라며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두 선두 후보의 격차가 훨씬 더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아르헨티나인들은 긴축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대외 부채 지급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국제통화기금(IMF)과 56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마크리 정부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올해 재정적자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따른 세금인상과 정부 지출 및 보조금 삭감 등으로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0%에 육박하는 등 1991년 이후 가장 높고, 페소화 가치는 올해에도 14% 하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한때 달러화에 30% 이상 하락했으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페소화 방어를 위해 5천억달러를 투입하면서 페소화 낙폭이 축소됐다.

아르헨티나는 지난주 금요일 기준금리를 63.7%에서 74.8%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지난 9일 마크리 대통령이 예비선거에서 1위와 오차 범위내에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8% 가까이 올라 이날 충격이 더욱 증폭된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마크리 행정부의 경제 개혁이 모두 되돌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블랑코는 특히 IMF의 구제금융 패키지와 관련된 조치가 되돌려질 수 있다며 "이것이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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