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대로 두면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사실상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짜야 한다는 평가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19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8%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난 1965년도 1월 이후 처음이다. 기존 최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0.2%)이었다.





경제주체의 심리를 보여주는 개인 서비스 지표의 상승 폭은 1.8%에 불과했다.

2012년 금융위기 0%대의 상승률을 보였던 개인 서비스 지표는 지난 2017~2018년 2%대를 횡보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4월(1.7%), 5월(1.5%), 6월(1.9%), 7월(1.9%), 8월(1.8%)로 5개월째 1%대에서 머물고 있다.

이 지표는 외식과 학원비, 숙박료, 여행비 등 일반 국민들의 소비를 그대로 반영한다. 한 마디로 국민의 지갑이 닫히거나, 소비할 만한 여력이 감소한 셈이다.

통계청도 물가가 떨어진 주된 원인을 지난해 농축산물과 국제유가가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하지만, 소비 부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월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0.7% 감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물가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1.8%, 중국 2.8%, 영국 2.1%, 독일 1.1%, 프랑스 1.3% 등으로 올해로 확대하면 1~2%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2.1~2.3% 수준을 횡보하고 있다. 0%대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정도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소비 여력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이라면서 "소비는 올해 들어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다.

이는 소비자와 수출, 수출입물가 지수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하는 종합적 물가지수이다. 그런데 올해 2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7% 하락했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이런 이유로 '소비부진→기업 생산성 하락→투자 기피→성장률 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3분기 연속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기저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경기 부진을 야기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이라고 가정하고 정책적인 대응을 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선 것이 확인됐다"면서 "조금 더 확장적인 예산, 완화적 통화정책 등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같은 지적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물가가 낮은 것은 올해 기상여건이 양호해지면서 농축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국제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보인 데 따른 '공급'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곡물은 9.0% 올랐지만, 채소류와 과실은 각각 17.8%, 16.4% 하락했다. 두바이유도 작년 8월에 배럴당 72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9달러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기재부는 "최근 저물가 흐름은 공급측면의 요인과 정책요인에 따라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올해 말 완화하면 상승률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저물가 흐름이 장기화하면 경제활력을 추가로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wchoi@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2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