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0%를 기록한 가운데 낮은 환율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특히 최근 달러-원이 미·중 무역 분쟁, 한·일 경제 갈등 등으로 1,200원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만큼 물가 우려가 환율의 추가 상승을 이끌지가 주목 요소다.

4일 서울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전일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2015년 100 기준)는 104.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공식적으로 0.0%이지만, 물가 상승률은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는 196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처음이다.

통상 물가 부진은 금리 인하 및 유동성 정책 기대를 불러일으켜 환율의 상승 재료로 쓰일 수 있다.

물가 부진으로 한국은행의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며 달러-원이 추가 상승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 및 재료도 일제히 달러-원 상승 쪽에 무게를 싣는 상황에서 물가 부진이 환율 상승을 심화할 수 있는 재료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물가 부진이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며 달러-원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흐름이라면서도, 최근 환율의 상단이 단단하게 막힌 점 등을 고려하면 급등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강한 당국 경계 및 고점 저항에 달러-원이 1,220원 선에서 번번이 상단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물가 부진이 환율을 상승시킬 만한 추진력을 주기에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히, 전일 한은과 기획재정부가 앞다퉈 물가 부진에 따른 우려를 저지한 상황에서 달러-원의 상단 돌파는 어렵다고 봤다.

전일 기재부는 김용범 1차관 주재로 거시정책협의회를 개최해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 및 관련 업무 담당자들도 참석해 이례적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하며 물가 부진의 원인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차관은 최근의 물가 부진은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윤 부총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이후 1%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물가 부진이 금리 인하 기대에 힘을 실어 달러-원 환율의 상승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는 흐름이다"라면서도 "전일 당국에서 디플레 우려를 강력히 잠재운 만큼 물가 부진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한은 당국자가 물가 부진이 일시적이며 디플레 우려를 일축한 만큼 10월 금리 인하로 즉각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시장 참가자는 "물가 부진은 펀더멘털 우려를 가중하며 원화 약세 재료로 작용하지만, 당국이 달러-원 상승 기대감을 차단하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물가가 낮은 국가의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론에 대해서는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의문을 표했다.

구매력평가설(PPP) 이론 등에 따른 저물가 국가의 통화 강세는 매우 장기간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상승 재료가 산적한 달러-원의 현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실질실효환율과 구매력평가설 이론은 현재 국내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저물가 국가의 통화 강세는 아주 장기적인 조정의 과정에서 일어나며,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는 현재 시점에서는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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