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지정학적 위기 축소로 유가 하락 가능성

프랑스 이란 구제안 탄력 받을 듯…이란 원유 수출 가능성

트럼프-이란 대통령, 이달 말 회동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원유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0월물 가격은 볼턴의 경질 소식에 0.8%가량 하락했고, 브렌트유 가격도 0.3%가량 떨어졌다.

CNBC는 이날 '네오콘' 출신이자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인 볼턴의 경질로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갈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볼턴은 NBC 뉴스에 이번 결정은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의 요청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볼턴이 많은 제안에서 의견을 달리했다며 그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탈레반과의 비밀 회동이 언론에 누설된 책임을 물은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백악관은 이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주목할 점은 대이란 강경파인 볼턴의 경질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이란발(發) 지정학적 위험이 잦아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어케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이번 결정은 이란에 대한 공격 공포를 줄인다"라며 "이란을 공격하려는 볼턴의 바람은 조지 부시 시절로 되돌리는 것이며 원유시장이 항상 그로 인해 안절부절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이란산 원유를 하루 70만배럴가량 수입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원유시장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핵 합의 서명국(영.프.독)과 유럽연합(EU)을 대표해 이란에 핵 합의를 유지할 수 있는 구제안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이란에 150억달러의 신용한도를 제공하고, 핵 합의 이행을 원상으로 복구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유럽이 이란산 원유를 하루 70만배럴가량 수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RBC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헤드는 "볼턴의 경질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졌고, 하루 70만배럴가량의 원유를 수입하는 내용을 포함한 150억달러 규모의 신용라인 구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재개될 경우 이는 유가에 하락 압력이 될 전망이다.

볼턴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구제안에 반대해왔던 인물이다.

킬더프는 "볼턴은 거의 항상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압박해왔다"라며 "(미군의) 드론 피격 이후 볼턴이 거의 주도권을 잡았으나 막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공격에서) 물러섰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간의 회담이 이달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 하락 위험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달 말 트럼프와 로하니 대통령과의 회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대통령이 아무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면서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은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미국 외교정책의 미래는 트럼프의 견해와 볼턴 후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볼턴이 이란과의 회동에 반대했지만, 트럼프는 그 회동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의 회동이 이뤄질 경우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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