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전직 베테랑이 본 단기자금시장
<뉴욕은 지금> 전직 베테랑이 본 단기자금시장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10.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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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개입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미국 단기자금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연준은 연일 시장 유동성 공급 규모를 늘려 대처하고 있지만, 한 달 보름께가 된 지금도 단기자금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포 시장에서 언제든 다시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레포 운용을 통한 시장 개입이라는 조치까지 꺼내 들었지만, "연준이 꼼짝없이 당했다", "연준이 자금시장 통제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월가에서 레포 시장과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는 이가 있다. 지난해 초부터 시장 압박을 예견한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단기금리 전략 총괄이다.

그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8년 동안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마켓 그룹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뉴욕 연은은 연준에서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한다. 마켓 그룹은 시장조작의 중심에 있다.

카바나는 "월가의 자금 조달에 필수적인 2조 달러 규모의 단기대출 시장인 레포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은 결국 연준이 순간적으로 정책금리 통제력을 어떻게 잃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순께 레포금리는 10% 가까이 급등했다. 평소의 5배로 치솟은 것이다. 자금 경색은 월가를 뒤흔들었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2008년 위기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레포 시장은 특히 중요하다. 변동성이 커지면 레포 등 초단기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헤지펀드 등이 유동성 위기를 피하려 투매에 나설 수 있다. 금융시장 교란이 실물경제에 번져 신용 흐름이 막힐 수 있다.

그는 "우리는 중앙은행의 핵심적인 역할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며 "연준은 며칠간 통제력을 상실했고 이제 그것을 되찾기 위해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오버나이트는 물론 기간물 레포 운영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하루 공급 한도도 계속 확대해 시장을 달래려는 노력도 지속 중이다.

이르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발표돼 10월 말이나 11월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차대조표 확대도 당겨졌다. 연준은 이번 달 12일 매달 600억 달러 규모의 단기물 국채(bill) 매입을 발표했고, 매입은 이미 시작됐다.

월가에서는 위기 시대 불어난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려던 계획을 뒤집은 이 결정에 더 주목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카바나는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조치이며 올바른 조치"라며 "하지만 더 많이 해야 했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단기자금시장의 수급 불균형에는 기조적인 원인이 있다. 법인세 납부나 국채 결제 등은 일시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유동성 규제는 가장 먼저 공통으로 지목되는 원인이다. 금융기관은 30일간의 현금 유출 상황을 가정해 추정된 유출 규모 이상의 현금, 지준, 국채 등의 고우량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규제 대상인 대형은행들의 초과지준 수요가 늘어났고, 상위 4개 은행 등 몇몇 대형은행이 지준 흐름을 결정하고 있다.

연준과 시장 사이에서 중개해야 하는 월가의 주요 은행이 국채보다 지준을 선호해 자금을 붙들어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의 지준 수요는 높지만, 연준은 대차대조표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보유자산을 축소하면서 지준은 계속 감소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에 따라 국채 순발행은 계속 늘어났고, 민간의 국채 보유도 증가했다. 국채를 담보로 레포시장에서 현금화하려는 수요도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포 금리 공포가 시작됐던 지난달 16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참석차 워싱턴 출장 중이었다. 시장이 4월과 6월처럼 법인세 납부, 국채 결제 등을 소화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17일에도 시장이 심상치 않자 윌리엄스 총재는 워싱턴에 있는 연준 본부 임시사무실에서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열었고, 유동성 투입을 논의했다. 긴박했던 만큼, 시장참가자들은 레포 금리가 치솟은 지 많은 시간이 지났고 증시 개장 직전이었고, FOMC가 개막하기 한 시간 전인 17일 오전 9시15분까지도 연준의 결정을 전달받지 못했다.

한 달이 지나 다시 FOMC다. 경고음이 나오는 단기자금시장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규제를 조정하는 게 유동성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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