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기업 내부자들이 회사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고 주가가 오르는 기간에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게임 '캔디 크러시'를 히트시킨 모바일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2017년 2월에 1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액티비전의 경영진들은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된 후 주가가 오른 때에 맞춰 보유한 주식을 팔아 차익실현에 나섰다.

회사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인 2월 10일, 액티비전의 바비 코틱 최고경영자(CEO)는 400만 주식, 1억8천8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코틱의 평균 주식 매도가는 자사주 매입 계획으로 주가가 오르기 전보다 15%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2월 17일까지 총 5명의 액티비전 경영진들이 4억3천만달러의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액티비전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자사주 매입 기간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 패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EC의 로버트 잭슨 집행관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가를 부양하고, 내부자들은 주식을 매도한다면 시장조작이 아니냐며 이러한 관행을 비판했다.

WP가 SEC 연구 자료와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기간에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도하는 것은 매우 흔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5개월간 최소 500명의 내부자가 자사주 매입 기간에 주식을 매도했다. 이들 중 50명 이상은 기업의 CEO들이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물량을 줄여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

SEC 연구원들에 따르면 내부자들이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있기 전보다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있고 난 이후에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두 배 더 많았다.

이들의 평균 매도가는 50만달러로 자사주 매입 발표 이전보다 이후에 매도한 경우 5배가량 더 많았다.

내부자들의 매도세가 강했던 기업의 경우 주가는 장기적으로 미미한 수익률을 거두는 데 그쳤다.

액티비전이 2017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는 급등했고, 내부자들은 주식을 매도했지만, 이후 회사는 실제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회사는 2015년 2월에도 7억5천만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나 2년간 주식을 매입하지는 않았다.

SEC는 자사주 매입 기간에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액티비전도 회사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내부자들이 주식을 매도한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액티비전 이외에도 어도비, 일렉트로닉 아트, 홈디포, TJX, 옐프 등의 내부자들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매도했다.

이들 경영진 대다수는 모두 주식 매도는 사전 계획된 것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 시기와는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경영진들의 사전 매도 계획이 내부자 정보를 알기 전에 채택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매업체 TJX가 2018년 2월 자사주 30억달러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어니 허먼 CEO는 13거래일간 28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허먼은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되기 전보다 9%가량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했다.

2017년에는 비디오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가 12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자 앤드루 윌슨 CEO는 발표 이후 23일간 210만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각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되기 전보다 12~19%가량 주가가 올랐을 때였다.

올해 10월 의회 청문회에서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증언에 나선 하버드 법학대학원의 제시 프라이드 교수는 많은 경영진이 주식 매각 절차를 미리 마련해두지만, 이는 공개되지 않으며 변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내부자들은 자사주 매입 계획 시점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어 자신의 주식 매각 계획 이전에 자사주 계획을 발표해 주가를 부양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3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