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환율로 속내 드러낸 원앙매…"'위안화 프록시'는 일시적"
[현장에서] 환율로 속내 드러낸 원앙매…"'위안화 프록시'는 일시적"
  • 윤시윤 기자
  • 승인 2019.11.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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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임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기자간담회 대부분은 환율 강의로 채워졌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함을 택하는 동시에 결론적으로는 매파적 스탠스를 세련되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13일 임 위원은 출입기자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했던 바대로 통화정책의 차별화와 금융 안정 문제를 강조하면서 매파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전달되는 과정이 개별 국가의 금융·경제 구조에 따라 다른 만큼 개별 국가의 정책 선택은 비록 동일한 경기 상황에 직면한다 할지라도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화를 신흥국 통화로 분류하고 경기 순행적으로 움직인다고 보면서 경기 역행적인 선진국 통화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임 위원은 "통화가치가 경기 역행적으로 움직이는 국가의 통화정책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이라며 "환율과 글로벌 경기와의 상관관계가 차별화되는 특징만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통화정책이 상이한 움직임을 보여도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리더라도 적정 금리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경기와 물가 상황보다는 자본 유출 방지와 금융안정에 더 방점을 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임지원 위원으로 추정되는 위원이 최근 물가가 마이너스지만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없다며 환율 경기 역행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언급한바 있어 이러한 원화의 신흥국 통화 분류는 임 위원의 '매파' 브랜드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현장에서 쏟아진 질문에서도 임 위원의 신흥국 및 선진국 분류가 스탠스 평가에서 중요한 가늠자 역할을 했음을 드러냈다.

기자들은 원화가 신흥국 통화임에도 최근 '위안화 프록시(proxy)'에 따라 강세를 나타낸 점, 향후 원화가 경기 역행적으로 바뀔 가능성,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선진국·신흥국 분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실제로 최근 달러-원 환율을 살펴보면 올해 경기 둔화 흐름 속에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강해지고 있으나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신흥국 통화로서의 원화가 '경기선행적'이라는 주장에는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다.

임 위원은 위안화 동조화 현상은 우리나라와 중국 간 경기 연관성 때문이며 일시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위안화 프록시는 늘 있는 이슈는 아니"라며 "1~2년 영향을 줬다 사라지는 문제로 향후 미중 무역 분쟁 추이에 따라 지속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를 신흥국으로 분류하며 외환 건전성이라는 보험이 필요한 국가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20년 간 두번의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좋지 못한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가진만큼 높은 보험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그러면서도 '강성 매파' 브랜드에 대해선 부담스러운 눈치다.

현재까지 완전히 프라이싱되지 않은 홍콩 사태 등 리스크와 미중 무역 협상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어서다.

또 실제 환율과 경기 흐름이 예상과 달리 움직일 수 있는데다 신흥국에선 환율의 움직임이 이론과 달리 금리 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어 통화정책 파급 경로로서의 환율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011년 이후 글로벌 경기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만큼 달러-원 환율 움직임도 매우 둔화되고 있다. 원화가 경기에 반드시 순행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는만큼 임 위원도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금통위 이후의 '원앙매' 등장에 화들짝 놀란 이후 전일 임 위원의 발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금통위에서 이미 매파 성향을 나타낸만큼 가격 변동은 크지 않았으나 발언 직후 국채선물이 일시적으로 상승폭을 줄이기도 했다.

조동철, 신인석, 고승범, 이일형 금통위원 등 네 명의 금통위원이 내년 4월 금통위 이후 임기가 종료되는 반면 임 위원의 임기는 2022년까지 계속돼 향후 금통위 지형에 임 위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임 위원이 강조한 국가간 통화정책 차별화와 금융안정 필요성이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 경로에서 어떤 존재감과 설득력을 가질 지 시장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sy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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