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 '더 요구할지 몰라' 양보 꺼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쇼 비즈니스적인 협상 방식이 무역 협상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쇼비즈니스에 대한 사랑이 통상 지루한 무역 협상을 대중을 위한 드라마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협상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들이 중국이 초기 무역 협상에서 미국산 농산물을 200억달러가량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하자 이를 세 배로 늘리라고 주문했고, 이후 수치는 500억달러로 수정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공급할 물량 600억달러를 조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비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0월 21일 내각회의에서 "더 원한다"라고 말하자, 회의 참석자들이 "농민들이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더 큰 트랙터를 구매하라고 해라. 아주 간단하다"고 되받아쳤다. 회의장에 모인 각료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화는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대변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기간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분노와 위협으로 때로는 온건하고 친구 같은 자세로 지칠 줄 모르는 협상가의 자세를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벼랑 끝 전술은 1여년이 지나도록 결실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무역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역사적인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협정에 서명하는 협상에만 한달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며 이제는 협상이 최종 타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무역전쟁의 장기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강경 대응을 지속하게 해 대통령의 정치적 인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무역에 의존하는 기업과 농민, 그리고 나아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기업인들은 고용과 투자를 연기하고, 예상치 못한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기만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미국 경제, 특히 제조업 부문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으며, 중국의 성장률도 3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은 침체에 빠지는 것을 간신히 면한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쇼비즈니스는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다른 교역파트너들에게도 적용된다.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방식이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인다고 주장하고 실제 이는 일부 들어맞는 부문이 있다. 멕시코, 캐나다와의 협상을 타결지었으며,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중국과의 협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타임스의 지적이다.

중국 무역 정책에 정통한 사람들은 트럼프가 자신의 요구 조건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경향으로 중국은 트럼프가 추후 더 요구할 것을 우려해 양보할 것을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넬대학교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협상팀의 노력을 약화하는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기질과 취향은 이미 합의에 이런 일마저 복잡하게 만든다"라며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기대를 높이면서 무역 협상 전망을 더욱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크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당초 11월 중순 칠레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1단계 무역 협상에 서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PEC회의가 취소되고, 서명 장소를 찾는 일도 요원해지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종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예상한 것보다 더 적은 양보를 해 시 주석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 결렬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중국 측이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미 경제방송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관세 철회 방침을 부인한 이후 중국 정부가 무역 합의에 대해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관세 철회 문제에 미국과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중 양측이 기존 관세의 단계적 철폐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면서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몸담은 바 있는 허 지엔시옹은 지난 6일 피터슨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일부 관세를 철폐하거나 추가적인 관세 인상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중국 측에서 이번 합의를 이행할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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