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사외이사 포진…日주주 신뢰도 두터워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예년보다 앞당겨 실시하면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내다보는 시각이 짙어졌다.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그룹의 리딩금융 지위를 되찾아온 조 회장에게 경영 승계의 키를 쥐고 있는 이사회가 그만큼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이르면 이달 중 첫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가동한다.

통상 회추위가 후보자 심층면접을 거쳐 단수의 최종후보를 결정할 때까지 3차례 안팎의 회의를 여는 것을 고려하면 내달 중순께 차기 회장이 확정될 전망이다.

신한지주는 지배구조 규범상 현직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두 달 전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조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말까지임을 고려하면 한 달가량 빠르게 인선 절차가 시작되는 셈이다.

전례는 있다. 한동우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2013년에도 신한지주는 회추위 일정을 당겨 그해 12월에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

그런데도 신한지주의 당겨진 회추위 일정이 주목받는 것은 회장 인선 절차가 조 회장 재판의 1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완료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내달 구형을, 재판부는 내년 1월께 조 회장에 대한 1심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지주의 내부규범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안 된 자는 경영진이 될 수 없다. 1심 결과가 확정판결이 아닌 만큼 조 회장이 연임하는 데는 법상 문제가 없다. 만약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1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조 회장을 이사회가 지지하기로 했다는 뜻이 된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KB금융지주에 내줬던 리딩금융 지위를 탈환해 1년째 이를 수성하고 있다. 매 분기 9천억원대 경상이익을 내며 누적 기준 사상 최대실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아시아신탁 인수에 성공하며 그간 양적 성장에 뒤처져있었다는 우려를 씻어내고 비은행 부문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조 회장 연임의 유일한 변수로 재판을 꼽았다. 최종심이 나오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얼마나 조 회장의 '우군'이 돼 주느냐가 연임 여부를 결정할 키인 셈이다.

사실 신한지주는 올해 초부터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준비를 이어왔다.

1월에는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금감원을 찾아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설명했다. 당시 복수의 경영진이 채용 비리와 남산 3억원 이슈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때다. 또 지난해 세대교체를 내세워 실시한 사장단 인사가 조직 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점도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중량급 사외이사를 대거 영업했다.

신한지주의 전략적투자자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추천한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을 비롯해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허용학 홍콩 퍼스트브리지 대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합류했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중 가장 재임 기간 이 긴 이만우 이사 체제로 재편됐다. 이 이사는 지난해부터 이사회 내 모든 소위원회에 참여해 그룹 안팎의 사정에 가장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5월에는 그룹의 상시 후보군을 점검하고 8월에는 그룹의 경영 승계 계획의 적정성을 살펴봤다.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사외이사 워크숍에서는 차기 회장 인선에 대한 별도의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회추위 일정에 대한 논의는 오렌지라이프의 완전 자회사를 위한 주식교환이 논의된 지난주 임시 이사회 직후다.

신한지주 주주의 10%를 차지하는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에서도 조 회장의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 인사를 시작으로 이달 초까지 4번 이상 일본을 찾아 주주들을 챙겼다.

이에 이사회 일정에 대한 이견만 있었을 뿐 사실상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해선 이사회 전반이 긍정적이란 게 신한지주 안팎의 평가다.

여기에 내달 예정된 그룹 자회사 사장단 인사도 회장의 인선을 앞당기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그룹의 자회사 사장단은 총 8명으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유동욱 신한DS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 사장은 내달,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과 서현주 제주은행장·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은 각각 내년 2월과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자회사 사장 인사를 주도하는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는 현직 회장이 주도한다. 신임 회장이 자회사 사장단을 새로 꾸리는 것이 경영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안정적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제작한 이사회 운영 핸드북에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자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일찌감치 시작하는 선진국의 사례가 담기기도 했다.

결국 이사회가 힘을 실어준 조 회장이 연임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금융당국이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관여하진 않지만 조 회장의 법률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경영성과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조 회장의 유일한 단점은 법률 리스크"라며 "금융당국과 어떤 식으로 소통해 연임의 당위성을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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