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홍콩의 시위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으나 금융시장은 이를 차분하게 관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홍콩을 비롯한 주요 증시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홍콩 사태를 무시해도 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주 5거래일간 총 1% 넘게 상승했다. 뉴욕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에 각각 0.46%와 0.25% 하락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주 홍콩 시위가 극에 달하고 미국 의회도 홍콩인권법을 통과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시장의 우려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는 "투자자는 홍콩 시위가 결국 진화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홍콩을 무시해도 되는 이유"

전문가들은 홍콩인권법 등에도 관련 사태를 무시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홍콩인권법은 미국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해마다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고, 홍콩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의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앤드루 코플런 중국 애널리스트는 "낙관론의 한 가지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민만 남겨둔 홍콩인권법이 중국에 대항하는 상징성만 갖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것은 홍콩 독립성에 대한 미 국무부의 연례 보고서일 뿐"이라며 "국무부가 권고할 수도 있지만, 홍콩의 특별 지위 해제 권한은 결국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탄알을 안겨주는 것 외에는 무역협상의 실질적 역학 관계를 뒤바꾸는 변수가 아니라는 게 코플런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홍콩과 함께 해야 하지만, 나는 시진핑 주석과도 함께 해야 한다"며 인권법 승인 여부에 모호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홍콩의 특별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홍콩과 미국 간의 교역 규모는 380억달러다. 홍콩의 특별 지위는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비교적 안전하게 접근하는 수단을 제공하고 미국 금융 시스템과 연결해 미국 달러화를 활용한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290여개의 미국 기업이 홍콩에 지역 본부를 두고 있고, 434개의 다른 기업은 지역사무소를 운영한다.

과거 역사를 볼 때도 홍콩 사태를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도 있다.

헤라클레스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맥도날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많은 투자자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역사를 활용한다"며 "지난 2014년의 우산 혁명, 2015년의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 1989년 천안문 사태 등 항셍지수를 끌어 내린 이전의 시위를 보면 미국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홍콩 증시도 오랜 기간 억제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투자자 사이에서도 이런 시위가 사그라들 것이란 인식이 있다"며 "투자자는 홍콩 시위와 광범위한 미·중 무역협상 이벤트를 무시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맥도날드 CEO는 "지금까지 미국 기업이 중국 제조업체들에 관세를 강제로 부과하는 데 성공했으며, 중국 경제는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결국 미국에 이익이 되는 협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그로렌스의 브라이언 매카시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를 사랑하고 11월 승리를 위해 강력한 경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홍콩, 싸울 체력 있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홍콩 내 긴장 고조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이 시장의 인식보다 훨씬 희박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마켓워치는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강세를 보인다면 홍콩 시민이 중국과 장기간 충돌할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이날 오전 현재 전체 452석 가운데 300석 이상을 차지했고, 친중파 진영은 41석에 그치고 있다.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1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