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한동안 금리를 올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0월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인상하려면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이 정말로 상당폭 오르는 것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는 크게 후퇴한 것이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언급한 "상당폭(significant), 혹은 지속하는(persistent) 이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긴 힘들지만, 인플레이션 추세나 경제에 대한 연준의 평가 변화 등을 고려하면 최소 내년까지는 파월이 언급한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작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했으나 올해는 방향을 전환해 물가 부진과 성장 둔화를 이유로 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올해 연준의 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돌고 있으며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PCE 가격지수는 지난 10월에는 전년 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달 근원 PCE 가격지수도 1.59% 상승했다.

파월과 연준 당국자들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한동안 웃돌더라도 이를 용인할 뜻이 있다는 점을 시사해왔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하더라도 연준이 당장 행동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보다 올리기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랜트 손톤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금리 인하의 문턱이 금리 인상의 문턱보다 여전히 크게 낮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대략 6개월가량 2.25%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근원 인플레이션이 이 수준에 달했던 때는 2008년이 가장 최근이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 당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연 12%에 달하고,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구리와 원유 가격은 5배가량 상승하고, 철광석 가격은 4배가량 오를 정도로 원자재 가격 붐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의 원자재 가격 붐은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물가를 끌어올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를 초래한 주택 가격 급등에 일조했다.

지금은 중국의 성장률이 당시의 절반 수준에 그쳐 이러한 전 세계 경기 붐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원자재 가격이 대폭 오르지 않으면 2%를 크게 넘긴 어려웠다.

2017년 말과 2018년 초에 유가가 급등했지만, 이마저도 미국의 셰일가스 붐으로 미국 원유 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유가를 끌어내려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18년 7월 2.45%에서 2019년 2월 1.31%로 고꾸라졌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을 온라인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고, 구세대들은 소비를 줄여나가고, 글로벌화로 임금이나 생산성 등과 같은 역내 요인들에도 인플레이션이 둔감해지면서 저성장, 저인플레이션은 만연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정말로 당분간은(for the foreseeable future)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예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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