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미국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면서 트럼프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의 문턱은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권력남용' 혐의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찬성 230표, 반대 197표로 가결됐고, '의회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찬성 229표, 반대 198표로 가결됐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도 시장 반응은 무덤덤한 모습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은 한국시간 19일 오전 10시 44분 현재 0.03% 하락한 3,198.50에서 거래됐다.

지수는 아시아 시장에서 오전 내내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 시각 전장 뉴욕대비 0.010엔(0.01%) 오른 109.570엔을, 유로-달러 환율은 0.00049달러(0.04%) 상승한 1.1124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는 소폭 오름세를, 유로화에 대해서는 소폭 하락세를 보여 엇갈린 모습이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이 시각 1.22bp 가량 하락한 1.90920%를 기록 중이다.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영향은 크지 않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탄핵이 미국 금융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 캐피털 그룹의 야스퍼 롤러 리서치 헤드는 보고서에서 "오늘 탄핵은 두 가지 단계 중에 첫 번째에 불과하며 상원에서의 두 번째 단계는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RBC 캐피털 마켓츠가 시행한 최근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을 받더라도 최종 탄핵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전보다 더 안도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로리 칼바시나 미국 주식전략팀장은 12월 여론조사에서 투자자들의 74%가 하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상원서 부결되는 시나리오가 시장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6월의 57%와 작년 9월의 50%보다 높아진 것으로 투자자들이 점차 탄핵을 주요 이벤트로 보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69%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기 전 자발적으로 사임할 경우 이는 미국 증시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월 조사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관건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안이 2020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월가는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부유층 증세와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지지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 절차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트럼프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보뱅크의 마이클 에브리 전략가는 이번 탄핵안에 대해 시장이 우려할 정치적 비용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공화당 유권자에게 트럼프에게 더 많이 투표할 것을 독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전 대통령 탄핵 사건인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에도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던 시기에 증시는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였지만, 결국 주가는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

S&P500지수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보고서가 발표되기까지 6주 동안 20%가량 하락했으나 하원이 1998년 10월 8일 탄핵 절차를 개시한 때로부터 1999년 2월까지 28%가량 반등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과 1999년은 IT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탄핵보다는 당시 경제 상황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 위협에 놓였을 때 미국 주가와 달러화 가치는 크게 하락한 바 있다.

닉슨의 경우 탄핵당하기 이전인 1974년 8월에 사임했다.

당시 사건이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은 클린턴 시절과 상황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닉슨이 사임하던 시절에는 주가가 1973년 첫 번째 오일쇼크와 맞물려 미국이 경기침체 나락으로 떨어지며 주가가 하락 추세를 보이던 시절이었다.

스트레테가스에 따르면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한 1973년 워터게이트 특검으로 주가는 상당한 압박을 받았지만, 당시 증시는 대약세장에 이미 진입한 상태였다. 당시 S&P500지수의 이전 고점은 1966년에 나타났다.

1973년은 1차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이 크게 뛴 때로 당시 대형주들은 크게 하락했다. 이후 미 하원이 탄핵에 대한 절차에 돌입하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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