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현지시간) 작년 미국의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금리가 일본과 같은 제로나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진지한 논의가 처음으로 촉발됐다며 미국의 일본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미국의 일본화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작년 11월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앨버트 에드워즈가 미국의 리세션과 인플레이션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의 금리가 일본이나 유로존처럼 마이너스 금리로 수렴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강화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도 작년 말 내놓은 올해 시장 위험 중 하나로 미국의 일본화 가능성을 꼽았다. 미국의 저성장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누버거 버먼의 조지프 아마토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는 저널에 "인구통계학적 역풍으로 성숙 단계에 이른 선진국들은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 겪은 것과 같은 많은 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거의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과 같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경우 주식에서 채권까지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닐 드웨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잃어버린 10년은) 경제성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래에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할 능력이 점차 도전받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급속한 고령화는 의료보험과 연금 비용을 가파르게 상승시켰고, 생산성을 둔화시키고 노동력을 크게 줄였다.

미국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 국채금리는 작년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고, 생산성은 2007년~2018년 사이 연율 1.3%로 2000년~2007년의 2.7%에서 낮아졌다.

드웨인은 "이러한 저성장 환경에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연기금, 자산운용사는 물론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밀레니얼 등 모든 이들에게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IBC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데이브 다나베디언 최고투자책임자도 저널에 앞으로 "(미국의) 추세 성장선이 3%인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이 다른 나라 대비 고평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5~10년간 주식과 채권은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이 굳어질 경우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성장에 시달린 일본을 비롯해 유럽, 스위스 등 많은 나라가 디플레이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로 유럽 주요국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은행들의 수익은 이자마진 축소로 크게 타격을 입으면서 많은 나라가 부작용에 시달렸다.

피듀시어리 트러스트의 한스 올젠 최고투자책임자는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 활동을 촉진하기보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의 좀비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작년 11월 의회 증언에서 미국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언급해 당장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더구나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한 나라들도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 등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 이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웨인은 미국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건강보험, 인프라, 이민 등의 분야에서 구조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다음 성장이 어디에서 나올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65세 이상의 20%는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노동력 확대를 위해 이민 정책을 완화했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달 1천2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저성장 문제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일본과 같은 처지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웨인은 "일본은 우리가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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