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금은 시장을 활성화하더라도 결국 나중에는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피터 피셔 다트머스대학교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31일(현지시간)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시장 왜곡의 대가는 훨씬 뒤에야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오래된 좀비 기업이 자금을 조달받으면, 이는 포스트 코로나 경제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0년 전만 해도 미국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의 큰 개입 없이 자유롭게 거래됐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는 연준이 참여하지 않는 시장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국채와 모기지증권(MBS)을 대량 매입했고,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기업 크레디트 시장까지 개입하는 전례 없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수익률 곡선 통제'도 논의되고 있고, 다른 중앙은행은 주식 매입이나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기도 했다.

뉴욕 연은 총재와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피셔 교수는 "이런 모든 조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가격 고정(Price-fixing)'"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이 눈에 띄게 개선돼 이익을 본 증시 투자자는 불만이 없다. 그러나 연준의 크레디트 스프레드 축소는 경기 회복 전망을 왜곡하고 자본시장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게 피셔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은행 등 외국에서 시행되는 조치의 효율성을 확신할 수 없다"며 "일본은행은 국채를 대거 사들이며 금리를 고정하고, ETF도 매입했다. 이런 부양책이 내수를 진작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예를 들었다.

피셔 교수는 "그들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막는 게 목적"이라며 "스웨덴은 경제 이론대로 마이너스 금리가 소비를 촉진하는 대신 이자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저축을 자극했다"고 돌아봤다.

스웨덴은 지난해 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철회했다.

피셔 교수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달러의 세계 기축 통화 위치가 더욱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익률이 나지 않는 미국 국채는 글로벌 투자자에게 외면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은 미국 국채 보유의 또 다른 매력 요인인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마이너스 금리는 이를 더욱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그는 관측했다.

연준의 직접적인 주식 매입에 대해 피셔 교수는 "현재 위기가 지나간 뒤 연준이 회사채와 ETF 매입에서 어떻게 철수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매입에서 즉각적으로 손을 떼지 않는다면 다음 위기에서는 주식이 구매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모든 수를 동원하는 게 어떤 일이든 잘 풀릴 것이란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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