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허리케인 '샌디'가 월가를 강타했지만, 미국 달러화에 미친 영향은 작은 것으로 진단됐다.

30일 런던소재 크레디트아그리꼴의 애덤 마이어스 수석 외환 전략가는 "달러 시장이 워낙 커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허리케인 '카트리나'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재해나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재해가 생산 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정부 부채 증가를 초래하고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된다고 시장이 판단했을 경우다.

지난 2005년 미국 남부를 휩쓴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1천200명 이상의 희생자와 함께 기록적인 1천200억달러(131조원 상당)의 손실을 냈다.

그러나 샌디는 카트리나처럼 주요 항만이나 산업 단지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그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받을 영향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들은 오히려 미국 경제가 입을 피해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가 하락한 점이 잘못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달러화는 샌디가 상륙하기 전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동부를 통과하고 난 후인 30일에는 하락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세계 각국 통화 당국이 내놓은 정책이 환율에 훨씬 중요한 재료인 것으로 진단됐다.

뉴욕소재 HSBC의 로버트 린치 외환 전략 헤드는 "여전히 경제 성장이 외환시장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달러화 매도세가 곧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샌디에 따른 피해로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지급하기 위해 미국으로 자금을 송금해야 할 정도가 되면 달러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이어스 전략가는 샌디보다 피해가 컸던 카트리나 때도 보험사의 달러화 매입이 달러화 강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진단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샌디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완화하려는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달러화에 부정적인 재료였다.

이미 3차 양적 완화(QE3)가 실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작은데, 샌디에 따른 피해가 큰데도 중앙은행의 도움이 없다면 경제 성장이 저해되며 이는 달러화 약세 요인이 된다는 해석이다.

마이어스는 "보통 시장 상황이었다면 Fed가 당연히 조처에 나섰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보통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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