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에서 불거진 메자닌에서부터 해외부동산, P2P대출 관련 사모펀드까지 환매중단이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여러 대체투자 사모펀드에서 환매 중단 및 불능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 만들어진 사모펀드 운용사만 216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5월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29조9천230억원으로 216개 운용사의 2천940개 헤지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5월에는 87개 펀드가 신규 설정됐고, 104개가 설정 해지됐다.

새로 생기는 펀드도 많고, 사라지는 헤지펀드도 많다.

그동안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에 열을 올리던 사모펀드는 라임운용 환매중단 사태 이후 부동산 관련 투자로 눈을 돌렸다.

특히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아 대출을 해주는 부동산 사모부채펀드(PDF;Private Debt Fund) 형태로 투자하는 펀드가 다수를 차지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PDF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700개에서 800개 사이로 규모는 6조원가량"이라며 "메자닌 위축에 따른 풍선 효과가 해당 헤지펀드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대출이 아니더라도 P2P 대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사모펀드 운용, 판매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거나, 사기 또는 사고로 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매 중단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가 현금으로 유동화하기 어려운 기초자산에 투자할 경우 환매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메자닌 투자로 수익을 내던 라임자산운용이 환매가 시작되자 자산을 제때 현금화하지 못해 연달아 환매중단에 빠진 것이 대표 사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3~4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사모펀드 수만큼 사고 발생률도 점점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용하는 사람의 도덕적 결함이나 사기 의도가 있을 경우 순식간에 투자자들의 자금은 '눈먼돈'으로 전락한다. 피해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구조적으로 유동화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걸리는 것에 투자하면 투자자들의 환매가 없으면 문제가 안 되지만 만기가 돌아오거나 환매가 시작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체투자 기초자산을 부동산, 항공기 등 다양하게 두고 있는 상품들이 시장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보통 시장이 호황이거나 인기가 있는 곳에 투자해 팔기 쉽게 펀드를 만들지만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유동화할 수 없다면 환매에 대응할 수 없다"며 "기초자산이 무엇인지도 중요하고, 펀드를 설정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대부분 폐쇄형으로 만들어진다는 점도 환매 불능 사태를 가져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투자자들이 인지하기도 어려운 데다 운용 상황이 투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장이 커진 데다 시장에 공개돼 있지 않은 비상장 주식이나 스타트업 등에 주로 투자하고, 만기 때까지 환매를 할 수 없는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수수료 비율도 높은데 손실이 나도 수수료는 내야 하고, 3년 이상 돈을 묶어 놔야 하는 점 때문에 사모펀드 상품이 시장의 신뢰를 잃고 직접 투자로 전환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다만,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달아 불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 전체가 문제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흔히 낙인을 찍는데 정상적으로 높은 수익률로 상환되는 상품도 많다"며 "특정 플레이어가 실수 또는 고의로 잘못을 저지르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연달아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의 가능성 자체에 싹을 잘라버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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