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5년이나 끌었던 한화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24일 결국 무혐의로 결론났다.

공정위가 수차례의 현장조사와 자료 분석 등을 통해서도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한 탓이다.

대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처음으로 사건 관련 무혐의 처분 조치를 받게 돼 불명예를 얻게 됐다.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은 2015년 국회에서 처음으로 문제제기가 된 뒤 공정위가 직권인지로 조사를 시작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김승연 한화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을 가진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었다.

2018년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기 전까지 한화S&C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에 이익을 몰아줬고, 이로 인해 총수 일가는 사익을 편취했다고 봤다.

그동안 현장조사만 6차례 이뤄졌고 사건과 관련한 업체만 31개에 이를 정도로 조사는 광범위했다.

하지만 결국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입증할 중요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실패했다.

공정위는 한화 계열사들이 한화S&C에 데이터 회선 사용료와 상면(전산실 바닥에 전산장비를 설치한 공간) 서비스 비용을 고가로 지급했다는 공정위 사무처의 주장과 관련,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확인됐지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상가격 산정과 관련해 대체지표까지 도입해 혐의 입증에 주력했으나 피심인의 반대 증거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다.

한화 계열사들이 다른 사업자와 비교나 합리적 고려 없이 한화S&C와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를 거래한 데 대해서는 심의절차 종료가 결정됐다.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 종료로 결정된 것은 사실관계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계열사와 한화S&C 간 애플리케이션 거래가 관련 분야에서의 통상적 거래에 얼마나 부합하느냐가 관건인데 통상적 거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신규계약일 때와 갱신계약일 때의 업계 관행, 시스템통합(SI) 구축 때와 유지보수 때의 관행 등이 종합적으로 파악돼야 한다.

전원회의의 주심을 맡은 윤수현 상임위원은 "(일감 몰아주기) 의심 정황이 있었지만 심사관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파악해 통상적인 거래 관행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SK그룹 계열사들이 SK C&C를 부당 지원했다며 처음 제재한 이후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에 주력하고 있으나 입증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공정위는 한화 담당자들이 자료 출처, 작성자 등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 개인에 대해서 혐의를 특정하기 어려워지자 총수나 개인 고발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공정위는 SI 기업들 간 거래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이번 사안에서 입증을 못 했지만 SI 전체에 대해 입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며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현장 조사를 치밀하게 진행해 위법 사실을 입증하는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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