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박빙 때 주가 부정적…소송·재검표 논란

2000년과 다른 점은 '트럼프 리스크'…불복 가능성

어느 한쪽의 깨끗한 승리는 주가에 호재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금융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문제는 3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편투표가 확대하고 사전투표가 증가해 어느 때보다 선거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커질 것이란 점이다.

월가는 양측의 득표 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박빙의 상황을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선거결과 박빙 땐 소송·재검표…월가 "최악의 시나리오"

2일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RBC 캐피털 마켓츠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당락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 부닥칠 경우 이는 주가에 '부정적'이거나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단지 2%의 응답자만이 박빙의 상황에서도 주가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브코비치 시장 전략가는 "소송과 재검표로 인해 선거 결과가 계속 논란을 빚을 경우 시장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우편투표의 사기 가능성을 지적하며 대선 결과에 불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왔다.

레브코비치는 지난주 미국 주가지수가 하락한 것은 경합주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좁혀진 데 따른 것으로 이는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2000년 재검표 때 주가 한 달간 12%↓…소요 사태 우려

RBC에 따르면 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의 플로리다주 재검표 논란으로 선거 직후부터 그해 12월 20일까지 S&P500지수는 12%가량 하락했다.

당시 두 후보의 플로리다주 득표수 차이는 수백 표에 불과해 당선인을 확정하는 데 5주일이나 걸렸다. 그 과정에서 후보들 사이에서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졌고,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부시 대통령의 승리가 선언됐다.

물론 2000년 재검표 논란 당시 미국 경제는 닷컴 버블이 꺼질 때라 경기 악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결합해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문제는 올해도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화요일 밤과 수요일에 나타날 결과에 대한 폭력적인 대응이다"라며 "시장은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극단주의자들의 물리적 폭력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뉴욕시와 워싱턴에서는 소상공인들이 대선 이후 소요 사태가 벌어질 때를 대비해 점포 앞에 나무로 덧댄 펜스를 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발레에르 미국 정치 부문 수석 전략가는 "2000년에는 미국 내 광범위한 소요는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항의 시위가 통제 불가능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폭력시위를 모니터링하는 전문가집단인 국제위기그룹은 미국이 "전례 없는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국제위기그룹은 "미국인들은 4년마다 치러지는 대선 캠페인에서 어느 정도의 적의(rancor)에는 익숙해졌지만, 현직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묵살하거나 무력 폭력이 발생할 현실적인 전망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우려했다.



◇ 트럼프 리스크 주의해야…깨끗한 승리 때는 주가 급등

일각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0년 재검표 상황에서는 기성 정치인인 고어와 부시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의 규범을 파괴하고 선거의 공정성에 지속해서 의구심을 내비쳐왔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선거 불복은 시장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발리에르는 "트럼프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결과에는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고어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해서 양보했다. 만약 트럼프가 실제 패배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훌륭한 패배자가 될 것 같지 않다. 그는 진 것을 인정할 줄 모르는 패배자(sore loser)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과거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장이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찰스 슈와브의 랜디 프레드릭 트레이딩 담당 부사장은 "2000년 선거는 다른 선거와 같을 것으로 예상되다가 플로리다에서 재검표가 이뤄졌다"며 "시장은 놀라운 일이 발생했을 때 타격을 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그 같은 혼란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만약 어느 한쪽이 크게 승리할 경우 시장은 환호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경합주인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확실시될 경우 시장의 위험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코톡은 "시장은 어느 쪽의 (완벽한) 승리에도 급등할 수 있다"라며 "랠리는 지속적이며 상당할 것이다. 그동안 너무 감정적이고 열정적이며, 강력했던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안도감으로 전 세계적으로 랠리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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