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코스피가 3,200포인트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데에는 기존과는 다른 '머니 무브'가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으로부터, 펀드로부터, 중국으로부터 개인과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자금을 이동하면서 거대한 '돈줄기'가 코스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12일 연합인포맥스 주식 일별추이(화면번호 3221)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전일 무려 44조4천33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고객 예탁금은 70조원에 육박하며 신용융자잔고는 20조3천221억원으로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후 하루 만에 2천억원 늘어났다.

펀드에서 개인으로 자금 이동도 새로운 흐름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시장에서 1천221억원이 유출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유일한 투자 대안"

이러한 흐름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이 컸다.

금융 당국이 신용대출 급증이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킨다며 은행 대출을 제한하는 등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돈의 물꼬는 주식으로 트였다.

대출 규제와 과세 확대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급감했고, 그 대안으로서의 주식이 부각된 셈이다.

특히 국내 부동산 가격이 서울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2018년 이후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가격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PIR(Price to Income Ratio)도 빠르게 상승했다.

불과 2년 전에는 중산층이 서울 지역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9년이 걸렸지만, 현재는 12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소득을 모아야 한다.

근로와 사업 소득 증가 속도가 둔화돼 연간 가계 소득 증가율은 1%대로 정체됐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득이 재산으로 축적되는 속도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올랐다"며 "실물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재산 소득을 늘리는 게 대안이 됐고 중심에는 주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구주는 가구소득 증가나 여유자금이 발생할 경우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에 47.1%, '부동산 구입'에 24.0%, '부채 상환' 23.0% 순으로 투자했다.

전년에 비해 부동산 구입에 0.5%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금융자산에 투자할 경우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은 전년에 비해 1.8%포인트 늘어난 6.2%를 차지했다.

금융 자산 투자 시 우선순위도 변했다.

안정성(69.4%)이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수익성(15.3%)과 현금화 가능성(8.0%)은 각각 0.8%포인트, 1.2%포인트 늘어났다.



◇ 中 투자하던 외국인, 한국으로 선회할까

지수 변동 등 수급 변화는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 중국 테크 기업이 지수에서 연이어 빠지면서 외국인 입장에서 대안으로서의 한국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했던 행정명령에 따라 제재를 받는 중국기업 10곳을 주요 지수에서 제외했다.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하이크비전,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중국교통건설(CCCC), 중궈중처(中國中車·CRRC), 중국위성(China Spacesat) 등 10개사가 'MSCI GIMI' 등 주요 지수에서 빠졌다.

또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 FTSE 러셀도 전일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홍콩)을 FTSE 글로벌주가지수시리즈(GEIS)와 FTSE 글로벌 차이나A편입지수 등에서 제외했다.

앞서 S&P 다우존스지수(DJI)가 이들 기업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자사 벤치마크 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관세 압박이 금융시장에 대한 제재로 선회한 가운데 실적 전망이 밝고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과 대만의 매력도가 더 높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전략팀장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규제가 일시적이라기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화웨이 등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의 연장선"이라며 "미국이 규제 강도를 높여가는 상황이라 외국인 수급에선 대안으로서 한국 시장이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어 "기업 이익 사이클도 나쁘지 않아서 큰 방향성으론 외국인 매수 우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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