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IBM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왓슨 헬스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왓슨은 IBM을 대표하는 AI다. 십 년 전 왓슨은 TV 퀴즈프로그램 '제오파디'에 출연해 다른 참가자들을 이기며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IBM은 AI 왓슨을 수조 달러 규모의 보건의료 시장에 진출시키려 했다. 보건의료 시장은 비효율성이 만연했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AI를 통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투자한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했고 IBM의 왓슨 투자는 모든 것을 건 투자로 불렸지만 왓슨 헬스는 미국 시장에서 고전했고 이익이 나지 않았다.

구글의 딥 마인드 사업부는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을 격파한 알파고 알고리즘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의료 관련 사업에 진출한 이후 수년간 적자를 냈고 의료 자료 수집과 관련한 사생활 보호 우려를 샀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들의 실패 사례는 복잡한 의료 상황을 다루는 데 AI를 적용하는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환자군을 보여주는 자료에 접속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부로 드러나는 복잡한 질병은 의료 기록에서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술기업들이 깊이 있는 의료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AI가 환자를 설정하는 데 있어 문제를 일으킨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AI와 인간 의료 학장인 토마스 J 푹스는 "의료 업무 흐름을 이해해야만 한다"며 "어디에 AI를 넣고 어디에 도움이 될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BM의 왓슨 사업부 매각은 의료 시장을 전도유망한 성장시장으로 간주하는 기술산업계의 시각에도 경고를 보냈다.

왓슨 시스템의 초기 테스터였던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앨리슨 연구소의 데이비드 에이거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이 자료를 가지고 모든 종류의 암에 대해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지나치게 야심만만했다. 우리는 지금 그럴 힘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자료를 수집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도 위험했다. AI 전문가이자 스타트업 랜딩AI의 CEO인 앤드루 응은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커스터마이제이션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흩어진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좁은 범위의 문제에 대해서는 AI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최근 일부 보건 사업자와 보험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취약 계층을 찾아내기 위해 의료기록과 소득자료를 연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상인식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방사선의학이나 병리학 쪽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어려움에도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AI 적용 시도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에이거스 박사는 "시장 규모가 무한하다"며 "보건의료는 아마도 수조 달러의 시장이고 40~60% 정도는 비효율적이다. 기계학습 알고리즘 혹은 AI를 통해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유혹적이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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