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붕괴로 '가장 안전한' 미국 회사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꾸준한 공급에 비해 투자등급 회사채의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총 수익률은 가격 변동과 이자 지급액을 모두 고려할 때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총 5.3%의 손실을 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 두 번째로 나쁜 결과로, 사상 최악의 손실은 작년에 있었다.

올해 투자등급 회사채 손실 규모는 같은 기간 고금리채권(정크본드)의 -0.05%, 기업 대출의 +1.7% 수익과 비교할 때도 크게 부진했다.

WSJ은 "채권시장 붕괴가 가장 안전한 회사채에 크게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 "스프레드 애매하고 보유 듀레이션 길다"

국채 대비 투자등급 회사채의 금리 스프레드는 역사적 기준으로는 크게 낮은 편이지만, 이달 초순 기준 100bp가량으로 작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했다. 국채 금리 상승이 금융 여건 긴축과 기업 차입의 차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키웠다는 의미다.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와중에 투자등급 기업의 채권 발행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지난 1~2월 총 1천38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작년 봄의 이례적인 발행 급증보다는 줄었지만 지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많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확대된 스프레드만 보고 투자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트 코톡 CIO는 "스프레드는 역사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좁기 때문에 투자등급 회사채가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게 아니다"며 "만기가 짧은 투자등급 회사채를 우선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프레드가 매우 확대됐을 때가 수익률을 좇을 시기"라며 "디폴트 우려가 만연하지 않으면서 스프레드가 좁다면 매수는 나쁜 거래"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작년에 담은 투자등급 회사채의 듀레이션도 금리 하락 여파로 긴 편이다. 듀레이션이 길다는 것은 금리 상승기 손실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바클레이즈 미국 투자등급 채권지수의 듀레이션은 현재 약 8.5년으로, 지난 1992~2008년의 평균 듀레이션 대비 40% 긴 수준이다.

가이드스톤 캐피탈매니지먼트의 조시 카스탄트 애널리스트는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은 듀레이션을 늘릴 여력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투자등급 회사채의 크레디트 품질도 크게 악화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가구업체 스틸케이스 등 팬데믹 이후 투자등급 내에서 강등되는 등 미국 회사채 발행물량 50% 이상이 투자등급의 가장 낮은 구간에 매달려 있다.

WSJ은 "모건스탠리와 블랙록 등은 모두 투자등급 회사채를 주식이나 정크본드와 비교할 때 줄이라고 권고한다"고 전했다.



◇ 외국인·장기투자기관 투자 여력은 주목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인이나 장기투자기관을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매수 세력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투자등급 회사채는 환헤지 비용을 조정하더라도 여전히 영국이나 유럽 회사채보다는 매력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는 수십억달러의 채권이 물가 조정 기준 마이너스 금리에 빠져 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조시 로마이어 매니저는 "자금을 투입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외국인은 더 나은 진입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투자등급과 고금리 회사채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외국인으로, 생명보험사와 뮤추얼 펀드가 뒤를 이었다. 이들 3개 그룹은 작년 말 기준 10조7천억달러의 회사채를 보유 중인데, 이는 전체 잔액의 66%에 해당한다.

로마이어 매니저는 "장기 부채와 자산의 듀레이션을 일치시켜야 하는 장기 투자기관은 금리 변화에 항상 헤지를 하지는 않는다"며 "이들 기관은 금리 상승기에 주식은 줄이면서도 투자등급물은 많이 사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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