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팔 만큼 팔아뒀다" 의견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지난주 국내주식의 전략적 자산비중 허용한도를 ±1%포인트 확대함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의 움직임과 증시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국민연금이 이 같은 조치에도 국내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매도를 중단하지는 않겠으나 매도 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국민연금이 집중적으로 팔았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매도 속도가 줄면서 하방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9일 제4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내주식에 대한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전략적 목표치의 허용범위 상단도 18.8%에서 19.8%로 늘어나게 됐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비중 목표치는 16.8%다.

이탈 허용범위가 이처럼 늘어나도 국민연금의 현재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연말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에 매도 흐름이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규모는 총 179조9천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기금자산 855조2천740억원의 약 21% 수준이다.

기존 이탈 허용한도 상단인 18.8%를 적용하면 국민연금은 2월부터 연말까지 19조1천775억원을 추가로 매도해야 했다. 이는 매월 1조7천434억원씩 내다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신규 이탈 허용한도 상단이 19.8%를 적용해도 국민연금이 2월부터 연말까지 매도해야 하는 금액은 10조6천247억원이나 된다. 국내 증시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연금은 추가로 11조원어치에 가까운 매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보유가 허용되는 국내주식 규모가 기존보다 8조5천억원가량 늘어났기 때문에 매도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 수치가 지난 1월 말 기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연합인포맥스의 투자자 매매추이 화면(화면번호 3302번)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7조6천583억원을 추가로 순매도했다.

통상 증시에서 연기금 매매의 80%를 국민연금 물량으로 추정한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국민연금은 3월 말까지 두 달간 최대 6조원 규모의 물량을 추가로 출회한 셈이 된다. 그만큼 국민연금이 올해 남은 기간 정리해야 될 주식 물량도 줄었고 이는 매도 속도 둔화로 이어진다.

DB금융투자의 설태현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주식 자산을 제외한 자산은 연초 이후 거래가 없고 자산별 대표지수 수익률만 적용해 자산가치 변화를 계산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전략적 자산배분 상단인 19.8%까지 국내주식을 축소하려면 연초 이후 자산가격 상승을 고려해 국민연금 투자자산이 856조5천억원이라고 볼 때 6조원의 추가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매도 속도를 늦추면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대한 연기금의 하방 압력도 어느 정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별 매매상위종목 화면(화면번호 3330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도액은 5조7천613억원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LG화학(1조1천527억원), SK하이닉스(1조948억원), 네이버(8천776억원), 현대차(8천190억원) 순으로 순매도액이 컸다. SK이노베이션(7천633억원), 삼성SDI(7천341억원)까지 연기금의 순매도액이 5천억원을 넘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LG화학 등은 지난해 강세장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른 종목들로 연기금의 집중 매도 대상이 됐는데, 이미 어느 정도 물량이 소진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전략적 비중 허용한도마저 확대됐다"며 "연기금이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이들 종목을 매도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이미 1분기에 코스피 3,000~3,200 사이에서 대거 차익실현을 해놓은 상태"라며 "잔여 물량과 올해 남은 기간, 비중 목표치, 주가 조정 가능성을 고려하면 증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을 것인데 굳이 전략적 비중 허용한도를 확대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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