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 3월 말 1.8%선을 목전에 뒀다가 최근 다시 1.6%대로 몸을 낮췄다.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이번에도 통했다. 경제 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 조짐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호를 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비농업부문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진 이달 8일 '목표치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자산매입을 줄일 수 있다'는 기존 언급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경기의 회복세는 고르지 않고 불완전하며, 고용도 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일요일인 지난 11일에는 한 방송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금리를 인상하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경제 체질이 변했기 때문에 단순히 한번 두드리는 게 아니라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2%선 위에 머무는 것을 봐야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뿐 아니라 다른 통화정책 담당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는 '경제가 크게 개선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나 완화적 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더 큰 진전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언급이 담겨있다. 당시 회의에선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자산매입 규모는 월간 1천200억 달러로 각각 유지됐다.

장내에선 단기적으로 미국 채권 금리의 안정화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설익은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일단 해소된 데다, 연준이 국채 매입과 관련해 수급 관련 기술적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게 이런 전망의 근거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미국 국채 금리는 이번 주 초반 1천2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물량 입찰이 끝나면 안정세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13일 오전 8시 30분, 한국시간으론 같은 날 오후 9시 30분에 발표되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그것이다. 물가 상승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확인될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 이달 말까지 3주간 3천700억 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어 중기 시계로 수급 상황이 녹록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다수 전문가는 그러나 수급이 불리할수록 연준의 메시지는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이 2013년 5월 '긴축 발작' 당시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이 요동치는 경험을 했고, 더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연준은 기술적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발행 비중이 확대된 영역의 매입을 늘리기 위한 포석을 깔아둔 상태다. 무엇보다 CPI 발표 하루 뒤인 14일엔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부의장, 뉴욕 연은 총재, 애틀랜타 연준 총재 등 연준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연설에 나선다. 이들은 당일 연설에서 연준의 기존 스탠스를 재차 강조하면서 시장 안정화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조9천억 달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산을 통과시키고, 이후 2조2천5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 예산의 의회 통과를 요청한 데 이어, 올해 1조4천억 달러보다 8.4%(1천180억 달러) 늘어난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 예산안 개요를 이달 9일 공개했다. 미국의 고용은 3월 '깜짝 선전'에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840만 명 감소한 수준이다. 연준의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 계속된다면 금리와 금융시장의 빠른 안정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국제경제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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