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의 펀드 판매사 규제를 강화한 이래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펀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증권사들은 OEM 펀드의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상품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있는데 이조차 지시나 요청으로 해석되면 상품 자체가 나올 수 없다"며 "실물자산을 상품화해 달라는 수요는 느는데, 이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사의 책임과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자 대응 방안을 내놨다. 그 방안에는 OEM 펀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운용사에 대해서만 있었던 제재 근거를 판매사에도 적용하고, OEM 펀드 적용 기준을 폭넓게 해석하는 게 골자였다.

이후 당국의 대책에 따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판매사가 운용사와 펀드 운용 과정에 있어 단순 협의를 제외한 모든 행위는 명령이나 지시, 요청에 해당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런 방침은 부동산이나 원유, 혁신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초래했다. 사실상 상품화 자체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DLF 사태의 불똥이 애꿎은 실물자산 펀드 시장에 튀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운용사나 투자 자산을 소싱한 투자은행(IB), 판매사 간 협의 과정을 기록한다는 전제 하엔 불건전 영업행위 적용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업계 스스로 OEM 펀드에 대한 자정 시스템을 강화한 만큼 펀드 시장 자체를 죽여선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은 여전히 완강하다. OEM 펀드 자체가 잘못된 펀드 상품화 과정인데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 완화를 꺼내는 업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상품의 성격상 OEM 펀드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기본적인 면담이나 자료요구는 가능하도록 이미 유권해석을 내린데다, 협의 내용에 대한 기록을 세세히 남긴다면 절차상 내용 입증에 무리가 없는데도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OEM 펀드의 잘못된 관행을 따르기 쉽다"며 "운용사와 IB, 판매사 간 모든 협의내용의 기록을 보관만 한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절차상 어려움이 가중된 것은 이해하지만, 시장의 수요가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상품 조성 자체가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물자산, 혁신기업과 같은 자산에 투자할 때는 더욱 투자 자산의 위험성, 상품 구조를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 판매사의 아바타가 돼 만드는 OEM 펀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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