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는 신조선가에 조선사들이 후판가격 인상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하는 신조선가지수는 142.76포인트(p)를 기록해 지난해 127.75p에 비해 약 11.7% 상승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40p대를 회복한 건 조선업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가 하락 등으로 침체기에 들어갔던 2014년 이후 7년만이다.

신조선가지수는 클락슨 리서치가 1988년 전세계 선박 건조 가격 평균을 100으로 두고 지수화한 것으로 향후 1~2년 내의 조선업 실적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인다.

클락슨리서치는 2만3천TEU급(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1만7천300만달러로 작년 평균인 1만4천200만달러 비해 3천100만달러(약 350억원)가 올랐다고 집계했다.

또 초대형 유조선(VLCC)은 1만100만달러로 작년 8천550만달러보다 28% 올랐으며 18만DWT급 드라이 벌크선은 5천900만달러로 작년 4천650만달러에 비해 26%가량 상승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해운업 호황으로 글로벌 선사들이 적극적으로 신주 발주에 나서면서 신조선가는 선종을 가리지 않고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은 후판 가격 상승 여파로 대규모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8천9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1천421억원과 1천767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 충당금만으로 9천105억원을 쌓았다.

하반기 후판 가격이 t당 115만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치솟는 후판 가격 상승분만큼 신조선가도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후판 비용이 선가에 반영되는 것과 더불어 조선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충분한 물량의 수주를 확보해 가격협상력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전세계 상반기 발주량 2천452만CGT 중 1천88만CGT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724%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08년 조선업 호황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국가별 수주잔고 점유율은 한국이 33%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량 기준으로 이미 3년 치 일감을 보유하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많은 일감을 확보한 조선소 입장에선 선가를 더 올려받을 여력이 충분하다"며 "조선업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신조선가는 적어도 150p를 넘길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상당 규모의 기수주물량을 확보함에 따라 가격 협상력이 제고돼 향후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인 수주가 가능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수익 창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후판 가격 급등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후판은 공급량 자체가 적었다. 4~5월 국내 후판 생산량은 151만t으로 2019년에 비해 7.5%가 낮았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후판 수입량은 2016년에 비해 90% 줄었다.

이 연구원은 "국내 후판 생산량을 더 늘릴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중국 정부가 철강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가격과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면 수입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원유는 연초 대비 41%가 상승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OPEC플러스)가 최근 석유 증산에 합의했다"며 "유가 안정화는 여타 원자재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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