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장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카카오뱅크[323410]의 시가총액이 4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상상이 허무맹랑하다 깎아내렸던 이들조차 이젠 카카오뱅크가 금융주를 살릴 희망이라 치켜세운다.

미국의 로켓컴퍼니, 브라질의 페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의 TCS홀딩스 그리고 스웨덴의 노르드넷을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던 카카오뱅크를 과연 금융주로 볼 수 있느냐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KB금융지주[105560]와 신한금융지주[055550]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시가총액만 놓고 본다면 이미 40조 원에 육박한 카카오뱅크는 메가뱅크다.

시장은 언제나 옳다. 가격은 존재가 가진 가치다. 공모주 산정 가격이 아무리 높다 해도, 상장 후 치솟는 주가가 아무리 비이성적이라도 시장의 평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시장의 기대를 뭐라 할 순 없는 일이다.

카카오뱅크 상장 나흘째, 거래량 숫자는 쉼 없이 올라간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치열한 눈치 게임 속에, 그래도 여전히 카카오뱅크를 향한 기대는 거래 창을 빨갛게 물들인다.

시장에선 한동안 뜸했던 금융주를 향한 관심이 카카오뱅크의 등장과 함께 커졌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일 주식시장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 상장으로 한때 시종 비중이 6.3%까지 낮아졌던 금융주가 최근 반등에 성공하며 8.4%까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의 말대로 2010년 이후 한국 증시에서 금융주의 비중이 하향 곡선만 그렸다. 그러던 2016년 가을, 금리의 저점이 확인된 후 저 PBR 주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당시 금융주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최근 금리가 저점을 통과하며 금융주의 시가총액이 늘고 있는 과정에서 카카오뱅크의 상장은 은행주의 밸류에이션이 더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게 그의 얘기다.

다시 한번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간 분기 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연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뉴딜정책의 종잣돈을 댔고, 대출 상환 유예로 국민의 곳간을 자처했지만 정부 정책의 수단으로만 활용될 뿐이었다. 어려운 시기 눈에띄는 이익은 이자장사라는 비유 아래 비난의 대상이 됐고, 그렇게 성장의 가치는 폄하됐다. 모든 금융주가 그랬다.

지난해 각각 3조4천억 원 안팎의 성적표를 받아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올해 기록할 당기순이익은 무려 10조 원.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천136억 원에 불과했음을 떠올리면 지금의 주가는 난센스다. 눈에 보이는 이익 실현과 연일 CEO의 입에서 나오는 배당 약속에도 시장은 묵묵부답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20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 조기 편입된다. 금융 대장주 자리마저 뺏긴 이들에겐 반사이익은커녕 자칫 주가 하락이 현실화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장은 언제나 옳을까. 보고 싶은것만 보는 상상을 얼마나 믿어야 할까. 불신의 시대, 시장은 보이지 않는 것에 환호한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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