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지난해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개인의 힘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2~3일 급락장 이후 증시 주도권을 가지고 간 개인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있어 다시 외국인이 증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 말까지 개인은 약 120조원을 순매수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과거 20년 동안의 순매도 규모였던 80조원을 단숨에 뛰어넘는 강력한 순매수세를 보였다.

사실 국내 증시에서 개인들은 매도 주체로서 성격이 강했다. 과거 20년 동안에도 중간중간 매수에 나서 순매도 규모를 축소했지만,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작년 2~3월 급락장까지 외국인과 기관이 가졌던 주도권을 개인들에게 넘겨줬다. 개인의 '사자'가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를 압도했다. 2020년 초 2천936만개였던 개인 계좌는 2021년 2분기 말 4천834만 계좌로, 65% 증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활동 계좌수가 빠르게 늘어나 개인 순매수 강도도 대폭 커졌다.

최근에는 고객예탁금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2019년 말 29조원에서 202년 말 68조원으로 2.2배 급증했던 예탁금은 지난 3일 기준 60조원 대로 연초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탁금이 코스피와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개인의 증시 이탈 우려도 커졌다.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로 개인들의 자금 유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새롭게 증시에 들어온 개인 자금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올해 개인들은 지수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저가 매수세 유입, 지수 상승시에는 부분 매도 전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수급 흐름은 지수 하방 경직성을 키우지만, 지난해와 같은 강한 상승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

키움증권 김세헌 연구원은 "결국 한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수급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며 "11월 FOMC 전후로 테이퍼링 일정이 구체화하면 위험 자산 선호, 달러 약세-원화 강세 폭도 확대돼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면서 연말로 갈수록 지수의 상승 탄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외국인과 기관보다 개인들의 투자 기간이 짧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적인 상승 흐름에서는 차익 실현성 매물을,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지수 박스권 장기화 구간에서는 차익 실현 욕구가 더 높게 형성됐다"며 "개인의 과거 매매패턴을 고려할 때 지수 하락시 저가매수가 유입될 여지도 있지만, 지수 상승 시에는 차익 실현 형태로 대응할 수 있어 지수 상승을 이끄는 주체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의 정인지 연구원은 "코스피가 3,200선 수준의 저항대에 도달한 만큼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이 5일 연속 순매수했지만, 코스피 상승 폭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7월 초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패턴을 볼 때 3,200~3,250 수준에서 주로 매도했다는 점에서 매도 가능성이 우위다"며 "시장 방향성에 더 민감한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수는 1만 계약 수준에서 정체돼 강한 상승을 예상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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