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삼성자산운용이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로 재선정된 것은 지난 24년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정량 평가를 앞섰기 때문이다.

치열해진 OCIO 시장의 경쟁 탓에 내부적으로 올해 최대 과제로 손꼽혀온 연기금투자풀을 수성하면서 임기 반환점을 돈 심종극 사장의 어깨도 조금은 가볍게 됐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조달청에 따르면 전일 진행된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 선정 절차에서 삼성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은 2025년까지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 지위를 이어가게 됐다.

약 35조 원에 달하는 연기금투자풀 운용 자산 중 삼성자산운용은 25조 원, 총자산의 75%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10조 원은 복수 주간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1월부터 관리 중이다.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는 자산운용 업계에서 일종의 '훈장'이다. 기재부가 제시한 추정 보수율이 4.89bp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대규모 자산 편입이 가능한데다, 사실상 정부 부처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은 기관 영업에 있어 자산운용사의 능력을 입증하는 훌륭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에 운영하던 공공 또는 민간 기금에서 제외된다면, 자산운용사로서는 해당 인력의 재배치는 물론 조직개편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간 운용사로서의 재선정은 첫 선정보다 조직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재부가 연기금투자풀을 꾸려온 이래 20년 동안, 총 5번에 걸쳐 자리를 지켰다. 삼성자산운용만 '편애' 한다는 업계의 불만으로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자산 쏠림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복수 운용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까지 삼성자산운용은 연기금투자풀의 모든 자산을 운용해왔다.

은행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가 아닌 삼성자산운용은 정량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축인 삼성생명의 지원을 차치하더라도, 재무안정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경쟁 상대였던 KB자산운용보다 열세였다.

여기에 지난해 말 삼성자산운용의 산재보험기금, 연기금투자풀 등 OCIO 시장에서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김성희 전 본부장이 KB금융 계열사로 이동한 것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은 연초부터 연기금투자풀을 위해 전담 인력을 추가하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사실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주간 운용사 재선정에 대비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도 삼성이란 브랜드가 OCIO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오랜 경력과 그간의 트랙 레코드를 내세웠다. 업계 최대 규모의 운용 인력으로 차별화된 성과를 내는 데다 심종극 사장 취임 이후 건강보험공단 대체투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물론 서울대와 이화여대 등 다양한 공공·민간 기금 시장에 도전하며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연기금투자풀을 수성하며 심종극 사장의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지난해 취임한 심 사장은 올해 들어 임기 반환점을 돈 만큼 경영성과가 가시화돼야 할 시점이다.

삼성생명 시절 일찌감치 금융계열사 내 CEO 반열에 오르리라 점쳐졌던 인물인 만큼 그룹에서 심 사장을 향한 기대도 크다. 삼성자산운용은 심 사장 체제로 접어든 이래 업계에선 처음으로 순자산총액(AUM) 300조 원을 돌파하며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이번 연기금투자풀 경쟁의 경우 시작부터 끝난 게임이었다. 당초 예상과 경쟁 구도가 달라지면서 트랙 레코드 면에서 삼성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며 "하지만 연기금투자풀이 새로운 주간 운용사를 선정할 2024년, 2025년에는 다르다. OCIO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그때는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날 수 있어 삼성 입장에선 성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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