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상한을 둘러싼 의회의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과거에 마련했던 비상계획을 가동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3년 컨퍼런스콜 대화록에 따르면 연준의 비상계획에는 심각한 금융시장의 제약에 대응하기 위해 공개시장에서 채무 불이행 상태인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연준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것이 포함됐다.

대화록에는 당시 연준 이사였던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과 당시 연준 부의장이었던 재닛 옐런 현 재무장관이 포함됐다.

파월은 일부 조치에 대해 '역겹다'고 하거나 다른 조치에 대해 '불쾌하다'고 표현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 정부에 대한 직접 지원을 기피하는 연준의 제도적 성격을 해치기 때문이고 둘째 이런 비상 계획이 공개되면 의회가 채무 상한 상향에 대해 긴급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록에서 파월은 "이런 결정들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라면서 "제도적 위험이 크다"고 언급했다.

옐런 당시 연준 부의장은 대화록에서 "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지 않지만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19년 8월 연방정부의 채무상한을 28조5천억 달러로 정하고 2년 동안 적용을 유예했다. 채무상한은 지난달부터 효력이 발생해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재무부가 보유한 현금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에도 대치 국면이 시한을 넘긴 뒤 해결되다 보니 시장이 올해 가을 상황에 대한 오판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의회가 행동에 나설 것으로 생각해 평온한 반면, 의회는 시장에서 위험경고가 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다. 공화당 최고지도자들은 올해 채무상한 문제에 있어서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비상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절하면서도 의회가 너무 늦게 행동할 경우 경제와 금융시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심사 숙고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실패할 경우 연준이나 누구도 시장이나 경제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때 파월 의장이 근무하기도 했던 초당적정책센터(BPC)의 분석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현금은 10월 15일~11월 4일 사이에 바닥날 것으로 추정됐다.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 못지않게 관료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 국채 경매가 중단되는 사태다. 파월 의장은 어느 시점에서 재무부의 단기 국채 매각이 실패하는 위험을 지적하면서 "실제 위험은 어떤 가격에도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경매 실패"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것은 의회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그러한 채무불이행이 일어났을 때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수단으로도 제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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