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선진국이 온라인플랫폼에 대해서 독점과 지위 남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수 공정거래위원회 국제협력과장은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민병덕, 이용우, 이정문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온라인플랫폼 해외 반독점 규제동향' 토론회에서 "최근 미국 상원은 '경쟁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하원은 '플랫폼 분야 5개 반독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최근 미국은 거대 온라인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해 규제대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고, 그에 대해 이해상충 및 자사우대 금지, 데이터 이동성·호환성 보장의무 등 특별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제한성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경쟁당국에서 지정플랫폼사업자로 전환하고, 사업부문 매각 등 구조적 조치 및 임시적 조치 등의 시정조치 수단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원이 발의한 법률안의 경우 거대 플랫폼으로 인해 시장 내 경쟁이 제한되는 상황이 다수 발생하면서 마련됐다.

이 과장은 "미국에서 대규모 기업결합, 잠재적 경쟁사업자에 대한 합병 등으로 시장집중이 심해지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 약탈적 가격설정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태가 꾸준히 발생함에 따라 적극적인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에 따라 지난 2월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에는 기업결합뿐 아니라 경쟁사업자의 배제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쟁당국 조직과 예산을 늘리는 등 법 집행의 실효성도 높였다.

미국 하원이 발의한 5개의 반독점법 제정안은 온라인 선택과 혁신법, 플랫폼 경쟁법, 플랫폼 독점 종식법, 데이터 이동성·호환성 보장법, 기업결합심사 수수료 현대화법 등이다.

해당 법안들은 자사우대 및 차별행위 금지, 기업결합 관련 입증책임 전환, 이해충돌 관련 사업부문 제한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이 과장은 "5개 법안은 공통적으로 지정플랫폼을 적용대상으로 한다"며 "지정플랫폼은 이용자가 월 5천만명 이상이거나 상업적 이용자가 월 10만명 이상이면서, 연매출액 또는 시가총액이 6천억달러 이상인 경우 등을 요건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7월 '미국 경제에서의 경쟁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과장은 "그간 시장집중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고 미국 경제와 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고 노동자, 중소기업,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경쟁제한적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명령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U는 지난해 7월부터 플랫폼사업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파생되는 P2B(플랫폼-입점업체) 거래관계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을 시행 중이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EU P2B 규칙은 EU 역내 설립된 온라인 중개서비스 및 검색엔진에 적용된다"며 "거래의 공정성, 정보제공의 투명성, 원만한 분쟁해결 절차에 관한 내용 등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강 입법조사관은 "지난 2019년 농산물 및 식자재 유통거래 공정화 지침에 이은 EU의 두 번째 불공정거래행위 규율 입법인데, 거래상 지위의 격차로 발생하는 현행 경쟁법의 공백을 보완하는 민사특별법이다"고 언급했다.

강 입법조사관은 EU P2B 규칙을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성 중심의 규율체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플랫폼사업자의 지위남용 우려에 따른 규율 필요성과 유연성이 중시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사적자치 보장 및 혁신유인 위축 최소화 간의 균형을 고려한 절충적 규제모델로 평가된다"며 "사후규제를 보완하되, 과도한 사전규제는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보 공개범위 등 규제 혼선이 우려되는 영역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높였다"며 "이는 향후 우리나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입법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APEC연구컨소시엄 사무국장은 "디지털경제 가속화가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충분하게 고려해 입법적 규율 방식과 내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을 때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촉진을 위해 규제를 도입했는데 각종 규제가 들어오면서 오히려 진입 장벽이 높아져 시장경쟁을 막는 경우도 있다"며 "플랫폼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규제 도입의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부정적 부분을 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규제 입법을 하게 되면 집행상의 어려움, 조사의 어려움 등으로 해외사업자들은 다 빠져나가고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칼날로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역차별 문제가 없도록 규제집행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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